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나 정보력이 부족해 한국 시장에만 머물러 온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에 글로벌 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한 해 6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와 세계 93개 지역에서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는 KOTRA 등이 '드림팀'을 이뤄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기로 했기 때문이다.

KOTRA는 1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홍기화 사장과 피터 야거 한국노바티스 사장,이용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 기술 글로벌 사업화 프로젝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영세한 규모 탓에 기술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도록 노바티스가 '돈'을 대 주고 KOTRA가 '해외 판매망'을 뚫어 주겠다는 것.

여기에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국제 협상'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삼성그룹의 '차세대 기술 산실'인 삼성종합기술원도 자금 등을 후원키로 했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기술력을 평가해 지원 대상에 포함시킨 뒤 해당 기술의 해외 수출을 돕는 역할은 공신력 있는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맡기로 했다.

KOTRA와 한국노바티스는 오는 19일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프로젝트 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까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로부터 지원서를 접수한뒤 오는 10월 투자 대상 기업을 발표할 방침이다.

홍기화 사장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초기 단계의 신기술을 집중 지원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유력 제약업체 등에 기술을 판매하거나 이들과 합작사를 세울 때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 지원은 세계 8위 제약업체인 노바티스가 담당한다.

한국노바티스는 일단 수백억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조성,유망한 바이오 업체에 우선 투입할 방침이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노바티스도 이번 프로젝트로 개발된 기술에 대한 지분을 갖는 만큼 상황에 따라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과 장기 파트너로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돈 가뭄'에 시달리던 업계에 '단비'가 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이종서 AB프론티어 대표는 "돈 문제와 해외 네트워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는 "기술력이 검증될 경우 노바티스라는 거대 제약사를 버팀목으로 두고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최대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오상헌/김미희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