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재주는 우리가 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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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달러 배 만들면 마진 많아야 700만弗
1억달러 배 만들면 조선사 마진 많아야 700만弗
외국계 은행은 선박금융 이자수익만 3700만 달러
#퀴즈 1=국내 조선회사가 1억달러짜리 선박을 주문받아 건조하면 얼마를 벌어들일까.
몇백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퀴즈 2=그렇다면 선주들에게 선박대금을 빌려주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챙기는 수입은? 자그마치 4000만달러에 육박한다.
동분서주하며 선박을 수주하고,복잡한 설계 과정을 거쳐 땀흘려가며 배를 건조하는 것보다 넥타이 매고 '돈 장사'를 하는 대형 다국적 은행들이 10배 가까이나 더 많은 돈을 긁어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숟가락'을 걸쳐 보려 하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헛심 쓰는 국내 조선업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전 세계 수주잔량(작년 말 기준)의 28.7%가 한국에 몰려 있다.
조선업체 랭킹을 매겨 봐도 1위부터 7위까지가 모두 국내 회사들이다.
그러나 선박금융으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11일 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국내 빅3 조선업체 가운데 삼성중공업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5.4%에 그쳤다.
1억달러의 배를 수주했을 때 540만달러가량을 챙기는 셈이다.
그나마 작년에 유독 많은 이익을 남긴 것이다.
최근 5년(2003~2007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2%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률은 1.6%에 머물렀다.
선주와 조선업체 사이를 이어주는 중개 브로커의 수익률(약 1%)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라는 후광을 업고 작년에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최근 5년 평균으로는 7.0%에 그친다.
반면 BNP파리바 HSBC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선박구입대금으로 1억달러를 빌려 주고 받는 이자(연 6%,12년 상환 기준)는 3700만달러에 달한다고 수출보험공사는 추정했다.
◆취약한 국내 선박금융
선주들은 대부분 은행에서 10~12년 정도의 장기대출로 돈을 마련해 선박을 구입한다.
자기자본을 털어 배를 사기엔 선박값이 너무 비싸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은행대출 이자와 원금은 인도받은 배를 해운회사에 빌려주고 받는 리스료나 직접 운영해 얻은 운임으로 갚는다.
이런 선박금융은 외국계 은행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국내에선 수출입은행이 홀로 분투 중이다.
국내 시중 은행들도 일부 선박금융에 손을 대고 있지만 '국내 선주'가 배를 살 때만 겨우 참여하는 수준이다.
국제 선박시장의 큰손들이 대부분 그리스,노르웨이 등 외국인이어서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다.
작년 한햇동안 삼성중공업이 따낸 수주 104척 가운데 '토종 선주'의 주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우조선해양도 135척 가운데 2척에 그쳤다.
◆'돈 수출'이 살 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선박금융이라는 '노다지'를 곁에 두고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 부족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금융은 제한된 선주들을 상대로 한 일종의 안면 장사"라며 "국내 금융회사들은 선주들의 신용상태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한데다 대형 프로젝트를 해 본 경험도 모자라 단기간에 선박금융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보험공사가 '보증'을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선박금융 진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큰 성과가 없다.
수출보험공사와 같은 공기관의 보증이 붙은 대출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생소한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은행들의 위험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은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박금융처럼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국내 금융회사들이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외국계 은행은 선박금융 이자수익만 3700만 달러
#퀴즈 1=국내 조선회사가 1억달러짜리 선박을 주문받아 건조하면 얼마를 벌어들일까.
몇백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퀴즈 2=그렇다면 선주들에게 선박대금을 빌려주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챙기는 수입은? 자그마치 4000만달러에 육박한다.
동분서주하며 선박을 수주하고,복잡한 설계 과정을 거쳐 땀흘려가며 배를 건조하는 것보다 넥타이 매고 '돈 장사'를 하는 대형 다국적 은행들이 10배 가까이나 더 많은 돈을 긁어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숟가락'을 걸쳐 보려 하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헛심 쓰는 국내 조선업
전 세계 수주잔량(작년 말 기준)의 28.7%가 한국에 몰려 있다.
조선업체 랭킹을 매겨 봐도 1위부터 7위까지가 모두 국내 회사들이다.
그러나 선박금융으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11일 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국내 빅3 조선업체 가운데 삼성중공업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5.4%에 그쳤다.
1억달러의 배를 수주했을 때 540만달러가량을 챙기는 셈이다.
그나마 작년에 유독 많은 이익을 남긴 것이다.
최근 5년(2003~2007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2%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률은 1.6%에 머물렀다.
선주와 조선업체 사이를 이어주는 중개 브로커의 수익률(약 1%)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라는 후광을 업고 작년에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최근 5년 평균으로는 7.0%에 그친다.
반면 BNP파리바 HSBC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선박구입대금으로 1억달러를 빌려 주고 받는 이자(연 6%,12년 상환 기준)는 3700만달러에 달한다고 수출보험공사는 추정했다.
◆취약한 국내 선박금융
자기자본을 털어 배를 사기엔 선박값이 너무 비싸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은행대출 이자와 원금은 인도받은 배를 해운회사에 빌려주고 받는 리스료나 직접 운영해 얻은 운임으로 갚는다.
이런 선박금융은 외국계 은행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국내에선 수출입은행이 홀로 분투 중이다.
국내 시중 은행들도 일부 선박금융에 손을 대고 있지만 '국내 선주'가 배를 살 때만 겨우 참여하는 수준이다.
국제 선박시장의 큰손들이 대부분 그리스,노르웨이 등 외국인이어서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다.
작년 한햇동안 삼성중공업이 따낸 수주 104척 가운데 '토종 선주'의 주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우조선해양도 135척 가운데 2척에 그쳤다.
◆'돈 수출'이 살 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선박금융이라는 '노다지'를 곁에 두고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 부족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금융은 제한된 선주들을 상대로 한 일종의 안면 장사"라며 "국내 금융회사들은 선주들의 신용상태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한데다 대형 프로젝트를 해 본 경험도 모자라 단기간에 선박금융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보험공사가 '보증'을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선박금융 진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큰 성과가 없다.
수출보험공사와 같은 공기관의 보증이 붙은 대출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생소한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은행들의 위험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은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박금융처럼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국내 금융회사들이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