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외환시장] 수입품 원가 치솟아 물가불안 가중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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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환율 급등은 이미 위태로운 수준에 도달해 있는 소비자물가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유와 곡물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버거운 상태에 놓여 있던 소비자물가 불안에 '환율폭탄'까지 터져 국내 경제는 심각한 물가불안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3.9%로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에는 라면값 인상 등이 반영되지 않았는 데도 3.6%나 올라 한국은행의 목표관리치(2.5~3.5%)를 연속 벗어난 상태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상반기 중 오름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는 소비자물가가 3.5% 오른 뒤 하반기에는 3.1%로 떨어져 연간 3.3%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석유 도입 단가를 배럴당 평균 81달러,엔ㆍ달러 환율을 109엔으로 전제로 해서 만든 것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석유 도입 단가는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엔ㆍ달러 환율 역시 102엔 선으로 떨어졌다.
원ㆍ달러 환율의 경우 한국은행이 정책당국이기 때문에 예상치를 내놓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한은 관계자들은 올해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환율은 달러당 970원 선까지 치솟자 한국은행은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보면 원ㆍ달러 환율은 3.6% 올랐다.
달러표시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원가 부담이 3.6% 늘어났다는 얘기다.
수입업체로서는 줄어드는 이익을 감수하거나,아니면 가격에 전가해 소비자에게 부담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일본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원ㆍ엔 환율이 올 들어 14.9%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수입업자뿐만 아니라 소재와 부품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서 해외로 수출하는 업체들 역시 엄청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원ㆍ유로 환율 역시 올 들어 6.7%나 올랐다.
수입원가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하나둘 씩 판매가격을 올리게 되면 소비자물가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수입원자재 가격도 계속 치솟고 있다.
한국수입업협회(KOIMA)에 따르면 30개 주요 수입원자재 가격을 종합해 산정하는 2월 KOIMA지수는 325.43포인트로 전월대비 7.47포인트 올라 6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인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조치를 쉽게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무역수지가 최근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변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안정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6% 성장과 일자리 35만개 창출을 목표로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데,이를 위해서는 물가를 어느 정도 희생시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