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일 못하는 직원을 상시 정리하는 '기업형 구조조정 시스템'을 도입키로 해 국세청은 물론 관료 사회 전반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11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조찬 세미나 강의에서 "성과평가 결과 하위 10%인 직원을 상시 정리해 온 제너럴일렉트릭(GE)의 활력 곡선(vitality curve) 도입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GE의 활력 곡선이란 조직원을 20%의 톱 클래스,70%의 중간층,10%의 하위로 구분해 톱 20%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과 발탁을 통해 리더로 육성하지만 하위 10%는 상시 정리하는 인사 시스템이다.

한 청장은 조찬세미나 강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민간 기업은 경쟁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만 정부 조직은 그렇지 못하다"며 "철저하게 성과와 능력에 따라 인사를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GE가 도입한 활력 곡선대로 하위 10%를 정리하는 데는 공무원 신분보장 규정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모두 퇴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재교육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청장은 "GE의 활력 곡선을 모든 직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고 올해 말 고위 공무원단에 우선 적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성과가 나쁜 고위 간부에 대해선 대기 발령을 내거나 경우에 따라선 '퇴출'도 단행한다는 것이다.

한 청장은 또 고위 공무원에 대한 성과평가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그는 "고위 공무원은 매년 국세청장과 성과 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마다 성과와 역량 평가를 받으며 본인 희망 직위에 대한 성과제안서를 제출하게 된다"면서 "청장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성과ㆍ역량에 대한 평가와 성과제안서를 바탕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이처럼 강도 높은 인사 쇄신을 예고한 것은 전군표 전 청장의 구속 이후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만큼 국세청이 앞장서 공직 사회에 개혁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장 유임 결정으로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한 청장이 공무원 조직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대통령의 주문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대표적 '철밥통'인 국세청이 상시 구조조정이라는 강도 높은 개혁을 천명하자 관료 사회에도 성과 위주의 인사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한 고참 과장은 "경제가 어려워 일자리가 줄어도 공무원은 감원이 되느냐,봉급이 안 나올 염려는 있나.

출근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떠올리며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각 부처들도 경쟁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인사쇄신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용어풀이]

활력 곡선(vitality curve)=잭 웰치 전 GE 회장이 사용한 인사 시스템이다.

활력 곡선을 이용해 조직 구성원을 평가 등급 상위 20%는 핵심 정예,70%는 중간층,10%는 하위로 구분한다.

핵심정예 등급은 특별 대우를 받으며 리더로 양성된다.

중간층은 지속적인 교육ㆍ훈련을 통해 핵심 정예가 될 수 있도록 육성하고 하위 10%는 퇴출 대상이다.

GE는 제도 시행 3년 만에 문제 직원을 모두 정리했으며 웰치 회장은 그 이후에도 계속 이를 밀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