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연일 급등하면서 이른바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또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의 로컬 채권펀드에 가입,환위험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 방안에 대한 문의도 크게 늘고 있다.

◆은행권 외화예금 급증

우리은행의 '우리 원(ONE) 외화정기예금'의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8억9500만달러로 전월 말의 4억2900만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예금은 미 달러화와 유로화,일본 엔화,호주 달러화,영국 파운드화 등 최대 10개국 통화로 된 다양한 외화 예금을 하나의 계좌로 관리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달러화와 엔화,유로화,파운드화 간 통화 전환이 가능한 기업은행의 카멜레온 외화정기예금도 지난달 말 현재 13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1억3000만달러(10.3%) 증가했다.

또 신한은행의 외화체인지업 예금도 달러화와 엔화,유로화와 원화 중 고객이 지정하는 통화로 언제든 전환이 가능해 환율 등락에 따른 환차손을 최소화할 수 있어 지난달 말 현재 9776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757억원(8.4%)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을 활용해 외화를 분할 매수하거나 만기를 변경하면 비싼 통화옵션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준비 등 외화 수요가 임박한 경우 미리 환전을 해놓거나 해외여행 시 신용카드보다는 여행자수표나 달러 등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흥시장 채권펀드 수요도 증가

전문가들은 그러나 해외에서 유학 중인 자녀를 위한 학비 송금 등 단기적인 외화 수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테크 차원에서 외화예금에 무턱대고 가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경기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볼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부부장은 "원화 환율의 급등은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테크 차원에서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통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국가의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가 유망하다는 것이다.

유인걸 외환은행 차장도 "환 변동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시기에는 오히려 외화예금 비중을 낮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