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테마섹' 왜 만드나] 공기업 개혁 가속도ㆍ國富창출 '다목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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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 가속도ㆍ國富창출 '다목적 전략'
6월말까지 구체안 마련
'한국판 테마섹 프로젝트(정부투자 지주회사 구상)'는 공기업의 경영효율성 제고와 국부 창출 등을 한꺼번에 노린 다목적 포석이다.
피상적인 변화보다는 근본적 개혁을,작은 이익보다는 큰 이문을 추구하는 '실용정부 발상법'에 충실했다는 평이다.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큰 그림은 벤치마킹 대상인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어떤 지분을 계속 보유 또는 매각할지,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구조를 어떻게 짤지 등 세부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왜 만드나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을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직 관료들이 경영진을 차지하고,그 위에는 옥상옥으로 현직 공무원들이 '상전' 노릇을 하고 있는 지배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공기업 임원들을 전부 전문경영인들로 물갈이하는 것은 물론이고,지휘 감독권자도 정부부처가 아니라 민간인으로 구성된 지주회사 경영진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공기업들의 경영 효율성과 독립성이 높아지고,자본 확충과 같은 공격적 경영 전략을 쓰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 담당 부서와 자산관리 주체를 분리함으로써 정책부서의 업무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기업 부실화에 따라 재정이 져야 하는 부담도 없앨 수 있다.
현 체제에서는 공기업이 부실화할 경우 정부 재정을 투입해 정상화해야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재정과는 상관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외에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널려있지만 글로벌 플레이어에 맞설 만한 메이저급 투자기관이 없다는 점도 정부투자 지주회사를 만드는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싱가포르가 테마섹을 통해 매년 17%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만드나
출자는 크게 현금출자와 현물출자로 구분된다.
매각 일정이 잡혀있는 지분은 당초 계획에 따라 매각작업을 진행한 뒤 매각대금을 현금으로 출자한다.
매각 일정이 없고 정부가 계속 보유할 필요성이 있는 지분은 곧바로 현물출자 방식으로 정부투자 지주회사로 넘어간다.
자본금은 정확한 주식가치 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정부 출자지분의 가치를 따져보면 시가가 아닌 납입자본금 기준으로 해도 76조5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자산관리공사나 예금보험공사,산업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의 주식을 더할 경우 그 규모는 자기자본이 821억달러(작년 3월 말 현재)인 테마섹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산하에는 '지분.기업 관리회사'와 '투자회사'를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주식 중 정부 지분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기업은 자산관리회사의 손자회사로 편입돼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
일반적인 경영은 해당 기업 경영진이 자율권을 갖지만 경영 실적에 대한 평가나 경영진 교체,자본 확충,지분 매각,채권 발행과 같은 전략적 판단은 관리회사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회사는 여유자금으로 국내외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선다.
재원은 현금출자분,자회사.손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채권 발행을 통한 차입금 등이다.
개별 프로젝트나 펀드별로 민간자금을 섞어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 방식도 고려 대상의 하나다.
◆구체안 검토 돌입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구상에 대한 실천의지를 지난 1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고스란히 담았다.
재정부는 업무보고 자료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부문의 키 플레이어(key player)를 육성해야 한다"며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싱가포르 테마섹과 유사한 세계 수준의 투자회사 육성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이를 위해 정부 내에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세계 유수의 컨설팅 회사에 이달 중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구체안 마련 시한은 오는 6월 말로 정했다.
재정부는 최근 관계부처와도 검토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