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제공받아 본 이들은 말한다.

"처음엔 차 문을 열어주는 게 영 불편했다.

점차 익숙해지더니 나중엔 당연해졌다."

대접이란 사람을 이렇게 물들인다.

그래서인지 고위직에 있었을수록 은퇴 후 차가워진 주위의 눈빛을 못견디고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겪는 수가 잦다고 한다.

나이 들어 삶의 단 맛 쓴 맛을 다 보고 그만둔 사람도 이러니 일찌감치 인생의 꼭지점에 섰던 스타들은 오죽하랴.실제 아역 스타 출신을 비롯,남보다 빨리 혹은 높이 정상에 올랐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중엔 이후의 삶을 감당하지 못하고 추락,망가지거나 비참해지는 일이 적지 않다.

화려한 일상,누구나 알아보고 반기던 인기가 사라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술과 마약에 빠지거나 사치와 일탈행동을 일삼다 자멸하는 것이다.

'나홀로 집에' 주인공 맥컬리 컬킨은 스무 살도 안돼 결혼했다 이혼했고,또 다른 아역스타로 유명했던 브래드 렌프로는 미성년 음주,마약 소지 등으로 체포되기를 반복하다 결국 요절했다.

스포츠 스타도 마찬가지다.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 2관왕이었던 미국의 짐 토르프는 야구선수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은퇴 후 사기당하고 파산한 뒤 술독에 빠져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세상을 떠났다.

미식축구 영웅 OJ 심슨 또한 아내 살해 혐의에 따른 긴 재판 끝에 돈과 명성을 모두 잃었다.

축구 스타' 마라도나 역시 현역 은퇴 후 이혼과 마약 등으로 물의를 빚었고,피겨 스타 토냐 하딩은 사람을 시켜 라이벌 낸시 캐리건을 피습한 게 밝혀져 선수생명이 끝나는 등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한때 4번 타자였던 야구스타의 끔찍한 범행은 추락한 스타에겐 바닥조차 없음을 보여준다.

자기 관리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인생에 대한 대비는 인기인에게만 필요한 게 아닐 것이다.

고대 로마에선 개선장군의 행진 마차에 '속삭이는 노예'를 태워 장군의 뒤에서 이런 말을 되풀이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앞으로 닥칠 일을 생각하라.당신도 한낱 인간임을 기억하라." 우리 모두 새겨들을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