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모멘텀 부재로 허덕이던 주식시장에 단비를 뿌렸다.

그 동안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제대로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인플레에 대한 부담도 나날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 공급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지원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모기지 담보 대출을 국채로 교환하는 방식의 유동성 공급 조치를 통해 그 동안 자금난에 허덕이던 금융 기관들에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최악의 국면을 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평가다.

신용위기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연준의 확고한 의지도 보여준 행동이어서 투자심리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파격적인 지원 사격에 12일 글로벌 증시도 급등세로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누차 강조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보다 본질적인 펀더멘털은 아직도 취약하다는 점에서 이번 이벤트가 가지는 영향력은 단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신용경색 우려를 완전히 해소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단기적인 이벤트성 호재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도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문제의 확산을 억제하는 정도의 제한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면서 "美 경제의 리세션 우려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신용위기의 재발 우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1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도 남아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주 FOMC 회의에서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될 가능성도 다소 낮아졌고, 주요 투자은행들의 실적 발표 결과에 따른 영향도 고려해야한다.

키움증권은 "13일 선물옵션만기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 출회 여부와 미국의 2월 소매판매 수치 등의 변수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다음주까지는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월 이후 주식시장이 지난해 12월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상승폭이 크진 않지만 단기적인 반등 구간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 12월 주식시장은 FOMC 회가 열릴 무렵 소폭 상승-11월 결산 금융 기관들의 실적 발표후 하락-반등의 흐름을 보인 바 있다.
18일 FOMC 회의가 예정돼 있고 그 이후로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라더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 등에서 향후 지수 흐름도 12월 증시 패턴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증권은 "FRB의 긴급조치가 단기적인 시장 안정 이상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추가대책이 따라와야 한다"면서 "FOMC 회의 결과와 경기 우려감 등이 개선되는 과정 확인 등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 역시 단기내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판단.

외국인 매물이 추가로 출회될 경우 보유비중이 높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종목들의 동향을 주의깊게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한편 13로 예정된 선물옵션동시만기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스프레드 가격 하락으로 차익매도 부담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매도는 국내외 증시가 1월말 기록한 전저점을 하향 이탈할 수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국내외 증시의 매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스프레드 가격의 추가 하락에 따른 매물 출회시 시장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쨋든 긍정적인 뉴스가 나와도 맘 놓고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호재든 악재든 앞뒤로 찔러보고 따져봐야 하겠지만, 따뜻해진 날씨만큼 주식시장에도 봄기운을 기대하며 잠시 숨을 돌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