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7일 서울의 전반적인 사회상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10월 한 달간 시내 2만가구를 방문해 면접방식으로 조사한 자료였다.

그런 만큼 통계 자체의 신뢰성은 평가할 만했다.

문제는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통계수치를 잘못 해석할 경우 엉뚱한 분석결과가 나와 낭패를 보게 마련이다.

서울시는 거주지 이동의사와 관련된 조사에서 이사를 계획하는 가구 중 42.2%가 강북으로,25.6%가 강남으로 갈 의향을 밝혀 강북 이사계획이 3년 연속 증가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시는 뉴타운 사업,도심재창조 프로젝트 등이 추진되면서 강북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과연 그럴까.

5개 권역(도심 동북 서북 서남 동남)별 이사계획과 예정지역에 대한 설문자료를 보다 자세하게 살펴봤다.

5년 내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은 강남지역인 동남권이 45.4%로 가장 높았다.

도심권이나 동북권 등 강북지역에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비율은 30%대에 불과했다.

5년 내 이사를 하겠다는 가구가 가장 많았던 동남권에서 강북지역으로 가겠다는 비율은 고작 10%에 그쳤다.

반면 도심권이나 동북권 등에서 같은 강북지역으로 옮기겠다는 응답은 모두 60%를 넘었다.

결국 이사는 같은 권역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전체적인 추세를 볼 때 분명 강북으로의 이사계획이 늘어났다.

여기에 강북 활성화 기대감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증가추세'라고 하기엔 강남에서 강북으로 옮기는 비율이 너무도 작았다.

차라리 뉴타운 등 개발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비싼 강남보다는 싼 강북을 택하고 있다는 해석이 좀더 자연스러웠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그럴 듯한 거짓말,새빨간 거짓말,그리고 통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계가 그릇된 욕을 먹는 것은 해석하는 사람이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통계를 잘못 해석할 경우 엉뚱한 정책수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책 잘못의 피해 역시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