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 마진폭 하락 …SK에너지.GS칼텍스 등 1분기 영업익 '반토막'

"지난 2월 한 달 동안 단순정제 마진이 배럴당 마이너스 3~4달러에 이르는 역마진이 생길 정도로 석유사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다운 사이클'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에너지의 정유.마케팅(R&M)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명곤 사장의 말이다.

김 사장은 "이제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이익을 보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동시 가입했던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업계 '빅3'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날 전망이다. 그동안 고유가 덕을 톡톡히 봤던 정유사들이 최근 실적 악화로 깊은 시름에 빠져들고 있는 것.

SK에너지는 단순정제 마진 하락으로 올 1분기 영업이익(합병한 SK인천정유 제외)이 작년 동기(4761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효자' 노릇을 했던 BTX(벤젠,톨루엔,자일렌) 등 비석유사업마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감산 체제에 돌입한 탓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원유 대금으로 인한 외화환산 부채 때문에 달러당 1원이 상승할 때마다 20억원에 가까운 환차손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1분기에 34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GS칼텍스도 올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500억원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화시설(값싼 벙커C유를 휘발유 등 경질유로 만드는 시설) 비중이 높은 에쓰오일 역시 작년 동기(3844억원)보다 50% 가까이 줄어든 2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기준으로 삼는 싱가포르 단순정제 마진은 지난해 11월 배럴당 4.20달러에서 지난달 현재 -1.02달러로 급락한 상태다. 국제 원유 가격이 원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지 않고 이상 급등하면서 원자재가를 미처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GS칼텍스의 한 임원은 "지난 2월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올 상반기에 적자를 내는 정유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벙커C유의 역마진은 심각한 상태다.

임지수 SK증권 기업분석팀 차장은 "단순정제 마진 하락의 주범은 유가대비 -20달러에 달하고 있는 벙커C유"라며 "SK에너지,GS칼텍스 등은 고도화설비를 최대한 돌리는 대신 단순 정제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정유사들은 최근 정제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10~15% 정도 낮춘 데 이어 이달부터 추가 감산도 검토하고 있다. 또 그동안 '짭짤했던' 석유화학사업도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t당 900달러를 돌파하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산하고 있는 상태다.

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