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ㆍ관계가 '물갈이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11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구 여권 인사의 사퇴론'을 전격 제기한 데 이어 12일 정부 장관들이 잇따라 지원사격에 나섰다.

청와대는 "정치적 상식의 문제"라는 식으로 동조하고 나서 범여권이 공직사회의 인적 청산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관심은 왜 이런 시점에 그런 주장이 나오고 있고,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정부ㆍ청와대 인적청산론 가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일 광화문 문화포럼(회장 남시욱)이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한 '제80회 아침공론' 초청 강연에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특히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나름의 철학과 이념,자기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분들로 그런 분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라고 구여권 인사들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했다.

전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아직도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는 김대중ㆍ노무현 추종 세력들은 정권을 교체시킨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 데 지원사격을 나선 것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며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전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있는 것은 곤란하다"고 거들었다.

청와대 측은 공식 반응을 삼가면서도 "정치적 상식의 문제"라는 식으로 동조하고 있다.

결국 비공식적 사전 조율 아래 당ㆍ정ㆍ청이 신ㆍ구세력 교체에 드라이브를 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 쟁점화하나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한나라당에서 지난 10년간 국정을 파탄시킨 세력이 언론,문화계,학계,시민단체에 남아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망언을 했다"면서 "권력이 언론이나 문화계,학계,시민단체까지 통제하려고 하는 이런 발언은 군사독재 정권이나 했던 발언"이라며 맹비난했다.

◆왜 인적청산론인가

정치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인적청산론 제기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구여권 인사들의 발목잡기를 근절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일부 구여권 인사들이 '4ㆍ9 총선'에서 '반(反) 이명박 정부'의 한 축을 형성,여권의 전열을 흐트러뜨린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내각 인선과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잃은 민심을 되찾기 위한 정국 전환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새 정부가)총선 이후 보은인사를 하기 위한 사전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부의 한 장관은 "해당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야당까지 저렇게 반발하면 (사퇴) 설득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진/서욱진/이준혁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