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보다 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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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 ks+partners 이사 hslee@ks-ps.co.kr >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 꿈이라,너무 오래 잊고 살아서인지 난감한 질문이었다.얼마 전 쉰을 바라보는 선배에게 맞선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꿈이 뭐냐고 물어서 황당했다는 얘기가 불현듯 생각났다.그 선배에게 "대통령이라고 하지,아니 과학자가 더 멋진데"라고 농담을 던지며 웃고 말았었다.
그런데 둘째아이가 내게 같은 질문을 던질 줄이야….
잠깐 당황했지만,아마추어 엄마도 아이들이 난감한 질문을 할 때 최선의 대응책은 '되묻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음… 글쎄,우리 둘째 꿈은 뭐니?" 아니나 다를까 답을 듣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또 '수의사'란다.
꿈이 있다는 것,꿈을 늘 생각한다는 것도 신통방통하지만,여덟 살 어린아이가 3년째 변치 않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해서 왠지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엄마 생각에는 강아지나 고양이 생명도 소중하지만 사람 생명이 더 소중한 것 같다고.수의사도 좋지만 의사는 어떠냐고.
아이가 입을 일자로 다물고 한참 생각하더니,"엄마,동물보다 못한 사람 많아"라고 되받아치는 게 아닌가.
뭐,네가 조숙한 건 알고 있었지만 벌써 그런 위대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둘째는 한술 더 떠서 사람보다 소가 낫다는 옛날얘기를 해주겠다며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옛날 옛적에 서당에서 글공부를 하는 도령이 있었는데,몇 해가 지나도 하늘천 따지를 못 깨치는 거야.도령 아버지가 화가 났겠어 안 났겠어?그래서 훈장님한테 따지러 가셨대. 그랬더니 훈장님이 내가 소를 가르쳐도 아드님보다는 낫다고 했대.그 아버지가 정말이냐며,우리 애보다 나은 소를 보여 달라고 했대.훈장님이 내일 다시 오라고 해서 다음 날 갔더니,정말 훈장이'하늘천' 하면 소가 하늘을 쳐다보고,'땅지' 하면 땅을 내려다 보더래. 그래서 그 도령 아버지가 훈장님한테 무릎을 굽히고 도망치듯 가버렸대." 사실 훈장이 소의 고삐를 위로 당기면서 '하늘천'을 하고,고삐를 아래로 내리면서 '땅지'를 외쳤지만,이 얘기는 '소가 사람보다 낫다'는 확실한 증거다.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진지하게 얘기를 마친 둘째 얼굴을 보며 속으로 '네 꿈에 대해 다시는 딴지를 걸지 않으마'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소도 강아지도 네가 좋아하는 악어도 소중하고 아름답지만 알고 보면 사람이 제일 아름답다'고 얘기를 꺼내려다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말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사람이 소보다 아름다운 확실한 증거,아니 꽃보다 아름다운 증거를 얼른 찾아 근사하게 얘기해 줘야 할 텐데….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 꿈이라,너무 오래 잊고 살아서인지 난감한 질문이었다.얼마 전 쉰을 바라보는 선배에게 맞선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꿈이 뭐냐고 물어서 황당했다는 얘기가 불현듯 생각났다.그 선배에게 "대통령이라고 하지,아니 과학자가 더 멋진데"라고 농담을 던지며 웃고 말았었다.
그런데 둘째아이가 내게 같은 질문을 던질 줄이야….
잠깐 당황했지만,아마추어 엄마도 아이들이 난감한 질문을 할 때 최선의 대응책은 '되묻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음… 글쎄,우리 둘째 꿈은 뭐니?" 아니나 다를까 답을 듣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또 '수의사'란다.
꿈이 있다는 것,꿈을 늘 생각한다는 것도 신통방통하지만,여덟 살 어린아이가 3년째 변치 않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해서 왠지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엄마 생각에는 강아지나 고양이 생명도 소중하지만 사람 생명이 더 소중한 것 같다고.수의사도 좋지만 의사는 어떠냐고.
아이가 입을 일자로 다물고 한참 생각하더니,"엄마,동물보다 못한 사람 많아"라고 되받아치는 게 아닌가.
뭐,네가 조숙한 건 알고 있었지만 벌써 그런 위대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둘째는 한술 더 떠서 사람보다 소가 낫다는 옛날얘기를 해주겠다며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옛날 옛적에 서당에서 글공부를 하는 도령이 있었는데,몇 해가 지나도 하늘천 따지를 못 깨치는 거야.도령 아버지가 화가 났겠어 안 났겠어?그래서 훈장님한테 따지러 가셨대. 그랬더니 훈장님이 내가 소를 가르쳐도 아드님보다는 낫다고 했대.그 아버지가 정말이냐며,우리 애보다 나은 소를 보여 달라고 했대.훈장님이 내일 다시 오라고 해서 다음 날 갔더니,정말 훈장이'하늘천' 하면 소가 하늘을 쳐다보고,'땅지' 하면 땅을 내려다 보더래. 그래서 그 도령 아버지가 훈장님한테 무릎을 굽히고 도망치듯 가버렸대." 사실 훈장이 소의 고삐를 위로 당기면서 '하늘천'을 하고,고삐를 아래로 내리면서 '땅지'를 외쳤지만,이 얘기는 '소가 사람보다 낫다'는 확실한 증거다.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진지하게 얘기를 마친 둘째 얼굴을 보며 속으로 '네 꿈에 대해 다시는 딴지를 걸지 않으마'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소도 강아지도 네가 좋아하는 악어도 소중하고 아름답지만 알고 보면 사람이 제일 아름답다'고 얘기를 꺼내려다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말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사람이 소보다 아름다운 확실한 증거,아니 꽃보다 아름다운 증거를 얼른 찾아 근사하게 얘기해 줘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