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후-신경세포, 김지회-미생물, 한혜정-유방암 연구결과 3편

한국 생명과학자 3명이 암이나 파킨슨씨병 같은 불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동시에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연구 내용은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13일자에 동시 게재됐다.

◆'크라임 보스' 규명

미국 UC버클리대 국립연구소의 한혜정 박사는 유방암 세포의 변이에 관한 새로운 개념을 밝힌 논문을 네이처지에 게재했다.

한 박사의 연구 대상은 암세포가 있는 흉부에서 발현되는 'SATB1'이라는 단백질.암세포 전이 과정에서 총괄적인 지휘자 역할을 하는 SATB1은 전체적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고 변화시켜 암세포를 폐,뼈,뇌와 같은 다른 기관에 옮긴다.

한 박사는 이 같은 SATB1의 특성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는 이 단백질을 '크라임 보스(Crime Boss:범죄자 두목)'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SATB1이 암세포들의 '크라임 보스'이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암세포가 아닌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SATB1의 기능을 밝혀냄으로써 유방암 치료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 단백질은 암조직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유방암 환자의 진단에도 이용할 수 있다.

◆신경세포 소멸증 치료 효과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의 임장후 박사는 신경세포 소멸증의 새로운 발병 원인을 규명했다.

신경세포 소멸증은 주로 노년기에 나타나는 신경질환으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씨병 헌팅턴씨병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임 박사는 초파리와 생쥐를 실험 모델로 이용해 돌연변이 단백질에 의해 일어나는 '척수소뇌위축증'에 대한 원인을 규명했다.

돌연변이 단백질들이 정상적인 세포에서 보이는 단백질들 간의 상호작용을 파괴하고 특정 단백질과의 결합을 증가시키는 반면 정상적인 단백질과의 결합은 감소시킴으로서 질병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임 박사는 "이 같은 과정은 파킨슨씨병과 같은 다른 신경세포 소멸증에도 적용되는 메커니즘으로 기존에 잘 설명되지 않았던 현상들을 최초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돌연변이 단백질에 의해 나타나는 부조화된 단백질들 간의 상호작용을 교정하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씨병까지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시간 대학 생화학과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회 박사는 인체의 소장에서 발견되는 병원균인 클로스트리듐에서 분리한 효소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환자들이 오랫동안 항생제 처치를 받을 경우 클로스트리듐에 감염되는데 장궤양과 함께 심한 설사 등을 동반하며 적절한 처치를 받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른다.

북미에서는 이 병원균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상황이어서 이번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