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국내 산업공동화의 원인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해외 투자가 국내 설비투자로 인해 유발되고 자회사를 상대로 하는 수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해외 직접투자와 국내 설비투자 간 연관성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1992~2003년 70개 광공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해외투자 증가율이 높아지면 해당 산업의 국내 설비투자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잔액이 1% 증가할 때마다 국내 설비투자 누적총액이 0.04% 내외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원을 해외 투자하면 국내 설비투자는 약 3000만원 늘어나는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또 2001~2005년 해외투자를 한 62개 국내 모기업과 133개 해외 자회사들의 재무자료를 분석한 결과,해외 직접투자 누적총액이 1% 증가할 때 모기업의 연간 설비투자는 약 0.1%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해외 자회사와의 생산 네트워크 구축이 국내 모기업 생산 제품의 해외수요를 확대시켜 국내 투자나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냈다고 KDI는 설명했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 수출한 연간 총액은 1999년 130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910억달러로 7배나 늘어났다.

이시욱 KDI 연구위원은 따라서 "투자 활성화 정책의 초점을 국내의 투자 유인체계를 개선하는 데만 두지 말고 해외 직접투자를 적극 활용하되,국내외 생산 네트워크의 유기적인 연결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