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해요" "Go go" "전화기 꺼요" "Quiet please" "움직이지 말아요" "찰카닥".

유러피언투어 대회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밸런타인챔피언십.그러나 개막일인 13일 제주 핀크스GC에서 세계적 선수들의 경기는 잇단 휴대폰 통화음,스윙 도중 움직이기 등 갤러리와 진행요원들의 '매너 없음'으로 빛을 잃고 말았다.

최경주(38ㆍ나이키골프) 앤서니 김(23ㆍ나이키골프) 크리스 디마르코(미국) 등 3명의 미국PGA투어 프로가 함께 플레이한 조에는 약 500명의 갤러리들이 몰려들었으나 '매너'는 수준 이하였다.

▲사례 1

파 행진을 하던 최경주는 3번 홀(파4)에서 갤러리 때문에 깜짝 놀랐다.

티샷을 하기 위해 어드레스를 하고 있는데 티잉그라운드 바로 밑으로 갤러리 한 명이 휙 지나갔다.

다시 자세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페어웨이 왼쪽 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갤러리 때문에 다시 어드레스를 풀어야 했다.

급기야 9번 홀(파5)에서는 약 100야드 거리의 서드샷을 하기 직전 한 여성이 소리나는 카메라폰을 누르는 바람에 뒤땅치기를 하고 말았다.

볼은 턱없이 짧아 그린 앞 벙커에 들어갔고,최경주는 '보기'로 홀아웃했다.

▲사례 2

갤러리들의 무례함에 이번에는 디마르코가 분노했다.

4번 홀(파5)에서 퍼트하려는 순간 진행요원 3∼4명이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인 것.디마르코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 아예 먼저 가라며 "고 고"를 외쳤다.

그런 와중인데도 한 중년남성은 선수들도 들릴 만한 거리에서 계속 통화를 해댔다.

▲사례 3

9번 홀(파5)에서 앤서니 김이 티샷을 하려는 찰라 휴대폰 소음이 들려왔다.

김은 티샷을 당겼고,샷을 한 뒤 상기된 얼굴로 그쪽을 쳐다봤다.

▲사례 4

한때 미 PGA투어에서도 내로라하던 장타자 스콧 헨드는 9,10번 홀(이상 파5)에서 '연속 이글'을 잡고 선두권을 오르내렸다.

5언더파로 순항하던 17번 홀(파3).티샷을 하려는데 직후방 간판 뒤에 있던 갤러리가 자리를 옮겼다.

어드레스를 풀고 다시 어드레스하려는데 또 움직였다.

샷은 터무니없이 짧았고,헨드는 그 갤러리 쪽을 보면서 연방 고개를 흔들었다.

최경주는 경기 후 "이해한다"면서도 "한국 골프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갤러리들이 자제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 선수는 그런 소란 속에서도 모두 언더파를 쳤다.

최경주가 1언더파(버디5 보기2 더블보기1),디마르코가 2언더파,그리고 앤서니 김은 버디만 4개 잡고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6번 홀까지는 2타를 줄이며 순항하던 최경주는 난도가 가장 높은 7번 홀(파4ㆍ길이468야드)에서 '더블 보기'로 제동이 걸린 것이 아쉬웠다.

핀란드의 미코 일로넨과 호주의 토니 카롤란이 5언더파 67타로 공동 1위에 올랐고 황인춘(34ㆍ토마토저축은행),앤서니 김,가타야마 신고(일본),지브 밀카 싱(인도) 등 10명의 선수들이 1타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제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