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영남 화약고'가 드디어 터졌다.현역의원 절반에 가까운 25명이 날아갔다.

한나라당 역사상 이 지역 최대 '물갈이'로 당이 발칵 뒤집혔다.

파장을 감안한 듯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당사 주변에선 "현역 대학살"이라는 등의 섬뜩한 평가가 나왔다.

계파별로는 탈락자 25명 중 '친이(친 이명박)'계가 12명,'친박(친 박근혜)'계가 10명,중립 3명이었다.

특히 탈락 비율로 보면 '친박'계는 절반가량을 잃은 데다 '친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과 김재원 의원 등이 탈락해 충격이 더했다.

이에 따라 향후 박근혜 전 대표의 대응과 함께 공천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역 무더기 낙마

한나라당 공심위가 발표한 영남권 공천심사 결과는 현역 의원 교체율이 무려 43.5%(불출마 선언 두 명 포함해 27명)에 달했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은 36.4%,영남권 교체율이 42.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영남권 의석 68석 중 한나라당 의원이 있는 곳은 62곳,단수후보로 확정된 10곳과 불출마 선언을 한 곳은 2군데다.

결국 심사를 받은 50명의 현역 의원 중 절반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이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 떠돌았던 각종 살생부에 등장했던 의원들은 대부분 공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안 위원장은 공천심사 기준과 관련,"영남권은 개혁 지향적인 방향으로 공천을 했다"며 "의정활동 영향,전문성,도덕성,당선 가능성,그리고 국가와 지역사회 및 당에 대한 기여도 등의 항목에 따라 엄정한 심사와 고뇌 끝에 영남권 현역의원 25명을 탈락시켰다"고 설명했다.

◆친이 vs 친박 격전지 결과는


친박계 현역 의원이 친이계 인사의 도전을 받은 곳이 유난히 많았던 영남권에선 지역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대구 달서을에서 4선에 도전한 친박계 이해봉 의원은 친이측 권용범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에 공천권을 빼앗겼다.

또 경남 산청ㆍ함양ㆍ거창에서는 4선의 이강두 의원이 친이측 핵심인사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신성범 전 KBS 모스크바 특파원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반면 부산 북강서을에선 재선의 친박측 허태열 의원이 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낸 친이 성향의 박상헌 뉴라이트재단 운영위원을 힘겹게 눌렀다.

박근혜계의 아성인 대구에선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이 친이측 서훈 전 의원을 따돌렸고,역시 친박계 주성영 의원이 친이계 류형우 파티마여성병원 원장을 눌렀다.

경북 영천에선 친박계 정희수 의원이 친이계의 김경원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제쳤다.

이준혁/유창재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