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이름' 의미만 알아도 '투자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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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산운용사의 마케팅팀에는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신상품에 붙일 기발한 이름을 찾는 일이다. 신상품이 쏟아지고 펀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전처럼 평범한 이름으로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가 어려워져서다.
NH-CA자산운용이 지난 2월에 선보인 '러브펀드'. 연인을 위한 펀드가 아니라 투자대상국인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이름이다.
SH자산운용의 '더드림러브펀드'도 마찬가지다. 도이치투신운용은 두 나라의 순서를 바꿔서 '브러시아펀드'로 내놨다.
신조어도 등장한다. 한국투신운용의 '에릭스(ERICs)펀드'는 브릭스펀드와 비슷한 이름이지만 내용은 전혀 딴판이다.
에너지(Energy) 천연자원(Resource) 인프라(Infra) 소비재(Consumption) 등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만든 섹터펀드다.
하지만 이런 펀드 이름도 마음대로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산운용협회의 규정에 따라 정해진 룰을 지켜야 한다.
투자자들이 펀드 이름만 보고도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펀드 이름에는 △자산운용사의 이름 △투자대상 △펀드유형 등이 명시돼야 한다.
또 클래스 유형도 붙이게 돼 있다. 가입 때 미리 판매선취수수료를 물리는 선취형은 A,적립식은 C가 대개 붙는다. W는 보통 기관투자자를 위한 상품을 뜻하며 E가 붙으면 온라인 전용 상품인 경우가 많다.
운용사에 따라 독자적으로 붙이는 알파벳 표시도 간혹 있다. 가령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중 K가 붙은 것은 국민은행에 판매하는 상품을 의미하는 식이다.
펀드 이름에 들어가선 안되는 문구도 규정돼 있다. 실적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실적배당형인데도 마치 확정수익을 주는 것처럼 혼동해서는 안되는 것이 대표적인 금기사항이다. '절대수익''앱솔루트리턴''세이프리턴' 등은 규제대상이다.
따라서 펀드 가입자들은 상품을 고를 때 펀드 이름을 눈여겨 봐야 한다. 상품의 핵심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농산물펀드가 좋은 사례다.
'미래에셋맵스 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과 '도이치DWS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주식'은 모두 농산물 관련 펀드이긴 하지만 투자대상이 전혀 다르다.
미래에셋맵스의 상품은 이름에도 나와 있듯이 농산물지수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다. 반면 도이치의 상품은 농업 관련 산업(에그리 비즈니스)에 속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