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고 농산물과 철광석 등 원자재의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지지부진한 반면 원자재 펀드들의 수익률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이 치솟자 투자자들도 앞다퉈 이들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최근의 원자재 펀드들의 약진을 보면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절로 실감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식시장과 상품(원자재) 시장은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1906년부터 1923년까지 상품시장은 강세였지만 주식시장은 약세였다.

다시 1970년대 상품시장은 최고의 투자 수단이었고 주식시장은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1979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주식의 죽음(The Death of Equity)'이라는 조금은 살벌한 커버스토리를 싣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비즈니스 위크는 주식을 팔고 금과 같은 실물에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이 잡지는 1980년대 초부터 이어진 주식시장의 강세로 큰 망신을 당하게 된다. 1980년대에는 한 마디로 주식의 시대였다.

미국 증시는 1982년부터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이 터질 때까지 무려 20여년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간 중 금 석유 등과 같은 상품은 오랫동안 '동면'을 했다. 심지어 일반 물가상승률 만큼도 오르지 않았다.

시장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은 너무 오랫동안 오르지 않은 자산은 언젠가는 오른다는 점이다. 현재 상품 시장의 현 주소가 딱 그렇다.

분산투자의 기본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들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한 쪽의 손실을 다른 쪽의 수익으로 보완할 수 있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들에 나눠 투자하는 것은 사실 '몰빵 투자'나 다름없다. 펀드 투자에서도 이런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저축상품과 주식형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으로 돈을 나눠야 한다. 장기적으로 금리와 주식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다시 투자상품은 일반 주식형 펀드와 상품 펀드로 나눠 투자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때도 가치주와 성장주 투자로 나눠서 투자해야 한다.

가치주 펀드와 성장주 펀드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분산투자란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는 방법이다. 수익을 많이 낸 펀드로 '올인'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산투자는 지루하고 재미도 없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미국 예일대의 기금을 운용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자산배분 이론의 대가 데이비스 스웬센은 이렇게 말한다.


"시장의 오르내림이나 펀드의 과거 수익률에는 신경쓰지 말라.투자에서 오직 의미있는 것은 분산 투자와 장기 투자,이 두 가지다." 원자재 시장의 폭등을 보면서 우리는 스웬센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