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3시께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중국 산둥성 일조항에서 보리 참깨 잣 참기름 같은 농산물을 들여오는 '따이공(代工.보따리상)'들로 북적였다.

"면세 기준을 넘는 물건은 못 들여온다"는 세관 직원과 "얼마나 초과했다고 막느냐"는 따이공들 간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농산물을 사들이려는 국내 수집상과 조금 더 남기려는 따이공들의 흥정으로 터미널은 이내 장터로 변했다.

일주일에 3번 평택항과 중국 일조항을 오가는 C&훼리 'KC레인보우'에서 쏟아져 나온 승객 450여명 중 90% 이상은 '따이공'이다.

한 달에 20여일을 바다에서 보내며 중국산 농산물을 들여와 팔지만 수입은 월 5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IMF사태 직후 국산 전자제품,의류 등을 중국에 팔며 '수출역군'노릇을 톡톡히 했던 평택항 따이공.전성기 5000여명에서 지금은 1500여명으로 줄었다.

실직자들이 몰리면서 30~40대가 주류였던 연령대는 이제 60~70대 노년층으로 바뀌었다.

터미널에서 만난 따이공 조항분씨(66.여)는 "10년 전만 해도 잘하면 월 300만~400만원 벌었는데 지금은 뱃삯 내기도 힘들다"며 "오갈 곳 없는 '배숙자(배에서 노숙하는 사람)'나 용돈벌이 나선 노인이 아니면 따이공 생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돈벌이형 따이공'들이 자취를 감춘 건 2004년 세관의 휴대물품 반입 규정이 강화되면서부터다.

100㎏까지도 눈감아 주던 관세청은 이때부터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중국산 농산물 반입을 50㎏ 이내로 제한했다.

반입 물량이 줄었으니 '수지타산' 맞추기도 어렵게 됐다.

한.중 교역 활성화도 따이공을 내리막길로 밀어넣었다.

최병헌씨(62.남)는 "인터넷 주문 등으로 한.중 간 직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설자리도 좁아졌다"며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 보따리 무역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내다봤다.

명맥을 잃어가는 '보따리 무역'은 카페리 업체에도 타격이다.

조원억 C&훼리 상무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따이공들이 줄고 있는 데다 지난해 중국에서 터진 '고교 수학여행단 성매매'사태 이후 단체관광객마저 뚝 끊겨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평택=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