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동산 오프라인 민간경매 현장] "5억 계십니까"에 번호판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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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률은 12.5%로 저조 … 수의계약도 가능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실. 아이를 업은 아주머니부터 머리가 히끗히끗한 할아버지까지 400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민간에서 처음 실시하는 부동산 경매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은 경매로 부동산을 팔겠다는 매물 중 분쟁소지가 있는 매물을 제외한 뒤 법률적 검토와 감정평가를 거쳐 이날 처음 민간 경매시장에 부동산을 내놨다.
특이한 것은 법원경매와 달리 농수산물 경매 방식인 호가경매를 택했다는 점이다.
응찰자들이 번호판을 들어 매수의사를 표시하는 모습은 법원경매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장면이었다. 주최 측은 다소 생소한 방식이라는 것을 감안,금1돈을 놓고 1만원 단위로 호가를 높여가며 손을 드는 예행연습까지 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처음 열리는 오프라인 민간경매여서 언론에서도 열띤 취재경쟁을 했다. 호가 적힌 번호판이 올려질 때마다 사진기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경매는 빠르게 진행돼 긴장감을 더했다. 경매사는 2~3번 입찰의사를 물은 뒤 아무도 번호판을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유찰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네 번째로 경매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라이프콤비 아파트(131㎡형)였다. 감정가 6억4000만원에 최초 호가는 1000만원부터 시작했다.
경매사는 "1000만원 계십니까"라는 말로 경매를 시작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10여명이 번호판을 들었다. 호가는 2000만원→3000만원→5000만원 순으로 올라갔다. 1억원부터는 5000만원 단위로 뛰었다. 경매 10여초 만에 4억원이 됐다. 4억원부터 호가가 다시 1000만원씩 높아졌다. 경매사는 어느 덧 5억원을 외쳤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와 체크무늬 양장을 한 여성이 번갈아 입찰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낙찰을 받은 사람은 정작 따로 있었다. 호가가 5억5000만원이 됐을 때 하얀색 바탕에 꽃무늬 정장을 입은 여성이 번호판을 들었고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2분여간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경매장 곳곳에서 박수와 탄성이 흘러나왔다.
라이프콤비 아파트와 함께 1000만원부터 입찰이 시작된 경기 시흥시 정황동 상가(대지 88.7㎡,연면적 225.4㎡)에도 10명이 넘는 입찰자들이 경합을 벌였다. 이 상가는 5억5000만원(감정가 5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밖에 이날 경매에서는 충남 천안의 임야(3307㎡)가 1차에서 유찰된 뒤 2차 경매에서 8100만원에 팔렸다. 경기 고양시 설문동 토지(331㎡)는 감정가 1억7900만원보다 높은 1억8300만원에 새 주인이 정해졌다. 고양시 토지 낙찰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김수진씨(61)였다.
김씨는 "전원주택를 지으려고 입찰에 참가했다"며 "3.3㎡(1평)당 200만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번 경매에서 180만원에 살 수 있어서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라며 만족해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낙찰성적은 별로였다. 경매에 나온 부동산 32건 중 낙찰된 매물은 4개에 불과해 낙찰률이 12.5%에 그쳤다.
민간경매에 대한 신뢰감이 아직까지 자리잡지 못해 입찰을 하겠다는 것보다 그냥 한번 와본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입찰가 대비 저감률(1회 유찰시 최저가가 낮아지는 비율)이 5%로 낮은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실제로 참석자 400여명 가운데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입찰보증금 100만원을 예치한 사람은 34명에 불과했다. 결국 매물 28건은 1.2차 경매에서 한 명도 응찰하지 않았고 32건의 경매가 40분 만에 끝났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눈길을 끄는 매물이 있었지만 아직 민간경매에 믿음이 가지 않아 일단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왔다"며 "앞으로 가격이 좀 더 떨어지고 입찰을 해도 괜찮겠다 싶으면 참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왔다는 김성민씨는 "현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경매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왔다"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봤으니 다음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간경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위탁자는 전속중개 조건으로 30만(매물가격 5억원 미만)~50만원(5억원 이상)의 예납금을 내고 세 번에 걸쳐 경매가 붙여지는 동안 팔리면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조금 낮은 비율의 수수료를 낸다.
사는 사람은 100만원의 보증금만 내면 어느 물건이든 입찰이 가능하고 낙찰을 받은 다음 날 계약금 10%를 낸다. 잔금은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면 된다.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민간경매가 처음으로 도입됐지만 문의 전화가 하루 수십통 걸려오는 등 매도자 매수자 모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다음 달 경매에서는 감정가 대비 최저입찰가가 더 떨어지므로 응찰자와 낙찰건 수가 첫 번째 경매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실. 아이를 업은 아주머니부터 머리가 히끗히끗한 할아버지까지 400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민간에서 처음 실시하는 부동산 경매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은 경매로 부동산을 팔겠다는 매물 중 분쟁소지가 있는 매물을 제외한 뒤 법률적 검토와 감정평가를 거쳐 이날 처음 민간 경매시장에 부동산을 내놨다.
특이한 것은 법원경매와 달리 농수산물 경매 방식인 호가경매를 택했다는 점이다.
응찰자들이 번호판을 들어 매수의사를 표시하는 모습은 법원경매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장면이었다. 주최 측은 다소 생소한 방식이라는 것을 감안,금1돈을 놓고 1만원 단위로 호가를 높여가며 손을 드는 예행연습까지 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처음 열리는 오프라인 민간경매여서 언론에서도 열띤 취재경쟁을 했다. 호가 적힌 번호판이 올려질 때마다 사진기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경매는 빠르게 진행돼 긴장감을 더했다. 경매사는 2~3번 입찰의사를 물은 뒤 아무도 번호판을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유찰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네 번째로 경매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라이프콤비 아파트(131㎡형)였다. 감정가 6억4000만원에 최초 호가는 1000만원부터 시작했다.
경매사는 "1000만원 계십니까"라는 말로 경매를 시작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10여명이 번호판을 들었다. 호가는 2000만원→3000만원→5000만원 순으로 올라갔다. 1억원부터는 5000만원 단위로 뛰었다. 경매 10여초 만에 4억원이 됐다. 4억원부터 호가가 다시 1000만원씩 높아졌다. 경매사는 어느 덧 5억원을 외쳤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와 체크무늬 양장을 한 여성이 번갈아 입찰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낙찰을 받은 사람은 정작 따로 있었다. 호가가 5억5000만원이 됐을 때 하얀색 바탕에 꽃무늬 정장을 입은 여성이 번호판을 들었고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2분여간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경매장 곳곳에서 박수와 탄성이 흘러나왔다.
라이프콤비 아파트와 함께 1000만원부터 입찰이 시작된 경기 시흥시 정황동 상가(대지 88.7㎡,연면적 225.4㎡)에도 10명이 넘는 입찰자들이 경합을 벌였다. 이 상가는 5억5000만원(감정가 5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밖에 이날 경매에서는 충남 천안의 임야(3307㎡)가 1차에서 유찰된 뒤 2차 경매에서 8100만원에 팔렸다. 경기 고양시 설문동 토지(331㎡)는 감정가 1억7900만원보다 높은 1억8300만원에 새 주인이 정해졌다. 고양시 토지 낙찰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김수진씨(61)였다.
김씨는 "전원주택를 지으려고 입찰에 참가했다"며 "3.3㎡(1평)당 200만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번 경매에서 180만원에 살 수 있어서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라며 만족해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낙찰성적은 별로였다. 경매에 나온 부동산 32건 중 낙찰된 매물은 4개에 불과해 낙찰률이 12.5%에 그쳤다.
민간경매에 대한 신뢰감이 아직까지 자리잡지 못해 입찰을 하겠다는 것보다 그냥 한번 와본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입찰가 대비 저감률(1회 유찰시 최저가가 낮아지는 비율)이 5%로 낮은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실제로 참석자 400여명 가운데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입찰보증금 100만원을 예치한 사람은 34명에 불과했다. 결국 매물 28건은 1.2차 경매에서 한 명도 응찰하지 않았고 32건의 경매가 40분 만에 끝났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눈길을 끄는 매물이 있었지만 아직 민간경매에 믿음이 가지 않아 일단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왔다"며 "앞으로 가격이 좀 더 떨어지고 입찰을 해도 괜찮겠다 싶으면 참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왔다는 김성민씨는 "현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경매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왔다"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봤으니 다음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간경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위탁자는 전속중개 조건으로 30만(매물가격 5억원 미만)~50만원(5억원 이상)의 예납금을 내고 세 번에 걸쳐 경매가 붙여지는 동안 팔리면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조금 낮은 비율의 수수료를 낸다.
사는 사람은 100만원의 보증금만 내면 어느 물건이든 입찰이 가능하고 낙찰을 받은 다음 날 계약금 10%를 낸다. 잔금은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면 된다.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민간경매가 처음으로 도입됐지만 문의 전화가 하루 수십통 걸려오는 등 매도자 매수자 모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다음 달 경매에서는 감정가 대비 최저입찰가가 더 떨어지므로 응찰자와 낙찰건 수가 첫 번째 경매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