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14일 열린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별도 표결 절차없이 등기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관심을 끌었던 국민연금의 재선임 반대의사 표시가 사실상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장에 직접 나오지 않고 대리 참석한 기금 수탁은행을 통해 서면으로 이사선임 반대의사만 내놨다.

이와 관련,아무리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국민연금이지만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 선임을 공공연히 반대,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총장에서 확실한 반대의사 표현을 하며 표대결을 요구할 것도 아니면서 대주주의 등기이사 선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해당 기업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내부적으로 정하는데,현대차 안건의 경우 외부 위원회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공개된 것"이라며 "주총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박용성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21일 두산인프라코어 주총에도 서면으로 의사를 전달할 뿐 참석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능력에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국민연금이 앞장서 대주주의 등기이사 선임을 문제시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2007년 말 현재 561개 상장사의 지분을 평균 2.68% 보유한 대규모 기관투자가로 현대차는 지분율 4.56%로 6대 주주,두산인프라코어는 지분율 2.92%로 4대 주주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