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만 수만개 '대이동' 부처별 비용 최대 10억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청사 재배치로 부처별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과천 정부청사의 업무가 14일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분주히 움직인 사람들은 포장이사 업체 직원들뿐이었다.

일찌감치 개인별 이삿짐을 꾸린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청사 주변을 산책하기도 했다.

'얼리버드(early bird)형'으로 모드를 전환한 공무원들이 오랜만에 따뜻한 봄날의 여유를 즐긴 것.일부 부처에선 업무 공간이 없어지자 '팔자에도 없는 조퇴'를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부처별 이사는 주말과 휴일인 15,16일까지 계속된다.

전례없는 대이동인 만큼 이사에 투입되는 비용과 인력,장비 규모도 기록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이사에 200대 가까운 차량과 5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처별로 업체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는 설명.과천청사 1동에서 법무부의 짐을 나르던 이사업체 SMS24의 한 직원은 "이 건물에서 옮길 박스만 1만개가 넘는다"고 했다.

과천청사 2동에서 서울 계동 현대사옥으로 옮기는 보건복지가족부의 경우 13,14일 이틀간 8t 트럭 60대분의 짐을 옮겼다.

8t 트럭 1대에 이삿짐 박스가 400여개 정도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900명이 넘는 인력이 옮겨가는 복지부에서만 어림잡아 박스 2만여개 분량의 짐이 나온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사는 물론 전기배선,통신,내부공사를 위해서도 업체를 선정했다"면서 "줄이고 줄이더라도 이사 관련 비용이 1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떠난 곳에 입주할 농림수산식품부는 과천 청사 2동 인근 주차장에 임시로 설치된 대형 천막에 이삿짐을 보관한 뒤 주말에 건물 내부로 옮길 계획이다.

과천청사 5동에서 서울 반포동 옛 기획예산처 건물로 이동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50여대의 차량을 동원해 짐을 날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사비용은 별도의 예산 없이 절감액으로 사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면서 "칸막이 공사 회의실 전산실 등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수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