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은 청렴결백한 공직자의 표상이자 위험에 빠진 나라를 구한 성웅이며 아들로서,아버지로서,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했던 인물입니다.

임금이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구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했고 최후의 전장에서는 죽어서까지 이겼지요.

그 숭고한 정신이 나에게도 공직인생의 사표가 됐습니다."

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60)은 이순신 장군 평전 '여해 이순신'(예담)을 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공군 법무관 시절 이순신의 생애를 접한 후로 30여년 이상 '이순신의 도(道)'를 길잡이 삼아 법관 생활을 해왔다는 것.

"처음엔 군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읽히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결국 평생의 작업이 돼버렸군요.

제목의 여해(汝諧)는 이순신의 자(字)입니다.

옛날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오직 너라야 세상이 화평케 되리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기도 하지요."

김 재판관은 이 책에서 이순신의 진면목을 '판관의 시각'으로 객관화시켰다.

흠결 없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이순신의 삶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곧고 선명했다.

모진 고문을 당하고 사형선고까지 받았다가 집행만 가까스로 면제된 채 백의종군하던 그가 12척의 배로 출옥 5개월 만에 명랑해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스물세 번 전투에 나아가 스물세 번 이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에게는 하나의 뚜렷한 목표와 네 개의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있었죠.목표란 '바다를 지켜 나라를 구한다'는 구국의 일념이었고 이를 위한 지침은 '제 힘으로-자력''오직 바른 길로-정의''지극한 정성으로-정성''충만된 사랑으로-애국'이었습니다.

특히 '사랑'에는 가족과 부하.백성.국토의 개념이 다 포함돼 있었지요."

그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자세도 남달랐다.

무슨 일이 있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고,일을 당해서는 죽기로써 전념하며,일이 끝나면 결과에 담담한 것.이 같은 철학 위에서 '실력''창의성''솔선수범''신념''용기''책임완수'의 덕목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수십배의 적선과 맞닥뜨려도 두려워하지 않고 조정 안팎의 중상과 모략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336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