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와인이 식탁에 오를까?

지난 1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에는 1998년산 '코스 데스투르넬'(Cos d'Estournel.레드)과 '샤브리 1등급'(화이트)이 선보였다.

만찬 호스트를 맡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최태원 SK 회장,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을 초청해 프랑스산 와인 두 종을 접대한 것.현대차 관계자는 "총무팀에서 설명을 곁들여 추천한 몇 가지 와인 가운데 정 회장이 직접 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 측에서 만찬장에 직접 와인을 들고 갔다고 한다.

'코스 데스투르넬'은 보르도 2등급이지만 1등급인 5개 샤토(라투르.마고.오브리옹.라피트 로쉴드.무통 로쉴드)에 버금가는 것으로 인정받아 '슈퍼 세컨드'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 와인을 수입하는 금양인터내셔널의 조상덕 팀장은 "빅토리아 여왕과 칼 마르크스가 즐겨 마셨고 장 콕토와 스탕달 같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은 와인"이라며 "맛이 풍부하고 드라이한 풀보디 와인으로 복합적이고 섬세한 향을 가졌다"고 자랑했다.

이 와인은 보르도의 타지마할로 불리는 샤토의 동양적인 건축 양식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1998년 빈티지의 소비자가격은 35만원 정도.쇠고기 양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 와인에 불도장,홍소전복,바닷가재찜,안심볶음,활어찜,사천식 완탕 등 중식 코스요리로 만찬을 즐겼다.

'샤브리'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이다.

샤르도네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데,기분 좋은 과실 향을 풍기며 입안에 머금으면 넉넉하고 강렬한 맛을 낸다.

'노블(noble.귀족적인)'한 이미지로 명성을 굳혀 공식 석상에 반드시 갖춰야 할 화이트 와인 반열에 올라 있다.

정 회장이 '코스 데스투르넬'과 '샤브리'를 회장단 만찬 와인으로 고른 이유는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맛을 인정받은 고급스러운 와인이면서도 이미지가 너무 사치스럽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지난해 초 전경련 회장단 만찬 때는 호스트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82년산 샤토 라투르를 올려 화제가 됐었다.

1등급 보르도 와인인 샤토 라투르는 이 회장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