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관가의 프레젠테이션 문화가 바뀌고 있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업무보고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장관이 손수 만드는가 하면,일상적인 보고 자료도 화려함보다 내용의 충실함을 따지는 '실용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때문에 VIP 보고용 파워포인트를 외주 제작하던 대행업체들은 주문이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뒤 과천 관가에선 강만수 장관이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직접 제작한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화제에 올랐다.

동영상이 첨부되거나 애니메이션 등 각종 시각효과가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핵심 키워드로 '기승전결'의 흐름을 명확히 짚은 파워포인트를 바탕으로 열정적인 보고를 진행해 대통령의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과거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던 시절 컴퓨터를 잘 다루기 위해 가정교사까지 둬가며 공부한 끝에 엑셀 파워포인트 등 실무 프로그램 활용 능력이 수준급에 올랐다.

재정부 관계자는 "젊은 사무관들이 오히려 '장관 제작 콘텐츠(Minister Created Contents)'를 보면서 파워포인트 제작법을 배우고 있을 정도"라며 "장관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인기 'MCC'로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7일 경북 구미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치르게 된 지식경제부도 'MCC 바람'이 붙었다.

지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 출신으로 파워포인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윤호 장관은 실무부서에서 마련해 준 초안을 80% 이상 손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상적인 장관 상대 브리핑 자료도 손수 제작하는 게 대세다.

과거에는 장관 이상급에 보고하는 자료는 외주 제작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새 정부 들어 '내용'을 중시하고 '모양새'는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이런 관행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장당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씩 받고 정부 보고 자료 제작을 대행하던 G사 P사 등은 주문이 끊겨 당황하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