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명박 측 18명,친박근혜 측 16명. 14일 현재까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발표한 공천 탈락자들의 계파별 숫자다.

겉으로 보기엔 계파 간 균형이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틀린 분석이다.

분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체 의원수로 볼때 친이계의 탈락 비율은 40% 미만,반면 친박계는 50%에 육박한다. "MB가 당을 접수하려는 것"이라는 강한 반발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막바지에 달한 공천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MB당'으로 변모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정치권에 별로 없다. 공심위 관계자조차 "대규모 물갈이 과정에서 그렇게 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245개 선거구 중 현재 공천이 확정된 224곳의 후보자를 분석해보면 친이 측으로 분류되는 후보는 147명에 달한다. 이에 반해 친박 측은 42명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대선 경선 전에는 원외위원장을 합쳐 친박 측이 85개 안팎,친이 측이 140여곳을 확보했었다. 이번 공천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아직 강남벨트와 강원,인천 등에서 4명의 친박 의원이 공천을 확정받지 못한 상태여서 탈락 의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시간히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서 당내 역학구도도 변하는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과거 여의도의 '비주류'로 불렸던 친이 측이 신주류로 부상했다는 얘기다. 이 당직자는 "이번 물갈이 공천으로 이 같은 체제가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 왔던 '탈여의도 정치'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영남지역에서 사상 최고의(43.5%)의 현역 교체가 이뤄지며 정치 신인들이 공천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공천이 확정된 한 중진 의원은 "예상됐던 결과 아니겠느냐"면서도 "총선 승리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하루 빨리 당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