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선 맥도날드 가게의 노란색 로고도 하얀색으로 바뀐다.

간판 색깔을 무채색으로 한정해놓은 까닭이다.

색상만 까다로운 게 아니다.

간판의 규격과 재질,위치까지 일일이 시청의 허가를 받아야 설치할 수 있다는 마당이다.

아름답고 세련된 도시가 거저 유지되는 게 아닌 셈이다.

일본 도쿄만 해도 대부분의 간판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작은 바탕에 상호만 깔끔하게 적힌 간판들은 건물과 거리를 차분하게 만든다.

서울은 이들 도시와 너무 많이 다르다.

업소마다 건물에 이리저리 잔뜩 붙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길에까지 내놓은 결과 도시 전체가 누더기처럼 보인다.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어떻게든 눈에 잘 띄게 해서 손님을 끌어보겠다는.남들이 죄다 크고 번쩍거리는 간판을 여기저기 설치하니 뒤질세라 더 요란하게 만들고 하나라도 더 갖다 놓는다.

제작하느라 돈,간판마다 불 켜놓느라 돈,이래저래 비용만 늘어난다.

그나마 장사가 안돼 문을 닫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서울시가 나서서 '간판 다이어트'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간판 가이드라인'을 적용,앞으로는 자치구 별로 상업지와 관광지 등으로 권역을 나눠 많아야 한두 개의 간판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크기도 줄이고 지역에 따라 네온사인을 비롯한 점멸식 간판도 금지한다고 한다.

계획대로 잘되면 건물은 물론 거리도 깨끗해지고 업소의 비용 역시 줄어들 게 틀림없다.그러나 업주들이 다 함께 참여하면 모르되 관(官) 주도만으론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뚱뚱할 때 다이어트를 하면 살이 빠지는 건 물론 장이 깨끗해지고 혈액순환도 원활해져 피부도 좋아지고 건강도 나아진다.

간판 역시 다이어트를 하면 거리도 깨끗해지고 비용도 줄어드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눈치 보면서 혼자만 하나라도 더 설치할 궁리를 할 게 아니라 하나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그러자면 선거구민의 표를 의식,어물쩍 눈감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