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황규관 ‘패배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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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내가 졌다
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
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더 깊은 곳
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을 보았다
오늘도 나는 졌다
패배에 속옷까지 젖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싸움을 맞는 일
이게 승리나 패배보다 먼저 아닌가
거기서 끝까지 싸워야
눈빛이 텅 빈 침묵이 되어야
어떤 싸움도 치를 수 있는 것
끝내 패배한 자여,
패배가 웃음이다
그치지 않고 부는 바람이다
-황규관 '패배는 나의 힘'부분
몇 안되는 승자와 많은 패자가 모여 세상을 이룬다.
세상을 굴리는 힘은 싸움,또는 경쟁이다.
누구나 이기기를 바라지만 대부분 지고 만다.
승자란 많은 패자를 전제로 생겨나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경쟁을 피해가기도 어렵다.
결국 패배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도 싸움을 맞는다.
눈빛이 텅 빈 침묵이 되어,어떤 굴욕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내기 위해.옳고 그름이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요즘 세상이 이렇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