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작심하고 해외사업에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22년 만에 해외건설 재개를 선언하고 베트남에서 대형 복합단지를 착공했고 중동에서도 공항 관련 시설공사를 수주하는 등 눈부신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금호건설 이연구 사장(59)은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마자 해외사업 얘기부터 꺼냈다.

1년 전 취임 당시 인터뷰에서 보여줬던 차분한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최근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 열풍에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1980~90년대 해외건설 과정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되기 때문인데 요즘은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건설업계의 기술력.자본.정보력과 국가 이미지 등이 옛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설업계와 개발업체.금융기관 등은 오히려 각자 여건.기술력에 맞춰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야만 글로벌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 사장 취임 이후 금호건설은 특히 해외사업부문에서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베트남을 '제2의 성장거점지역'으로 정하고 호찌민에서 복합단지인 '금호아시아나 플라자'를 착공했다.

현재 3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서는 호찌민시 인근에 2000여가구의 주택단지와 27홀짜리 골프장,레지던스 등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하노이에서는 전시.박람회,업무.문화.주거시설이 조화된 복합 신도시인 '장보 메찌 개발사업'을 검토 중이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진출도 눈에 띈다.

현재 두바이월드센트럴공항 마감공사와 아부다비공항 관제탑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올 상반기 두바이 정부가 발주할 아라비안 운하 공사 수주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해외사업을 강화한다고 국내사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사업의 적절한 조화가 이 사장의 경영전략이다.

국내사업의 경우 공사 수주 중심에서 벗어나 복합단지 등 대형 개발사업에 치중할 방침이다.

주택사업에서는 서울 한남동 단국대 부지개발사업이 핵심이다.

현재 인허가와 분양승인 과정에서 다소 기간이 지체되고 있지만,조만간 마무리 짓고 상반기 중에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금호건설은 올해 전국에서 1만가구 정도의 신규 주택 공급을 계획 중이다.

이 사장은 특히 올해 주택시장 불황 심화에 대비해 디자인 차별화와 신평면개발 등을 강화한 고품질 주거개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다음달 대치동에 개장 예정인 주택문화관에서 이 같은 전략을 공개할 방침이다.

내부에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기획해 단순 전시관이 아닌 복합주거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액과 수주액,수주잔액 등에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거둬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특히 이 사장 취임 이후 1년5개월 동안 매출.수주액이 급증했다.

작년엔 매출 1조6100억원,영업이익 1223억원을 기록했다.

목표 대비 30%를 초과달성한 것이다.

올해도 이 사장은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50% 이상 높인 2조5000억원으로,수주는 5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토목.해외사업.플랜트.환경사업 등의 매출을 높이면 목표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호건설의 최근 급성장에 대해 그는 임직원들의 열정과 의지,자신감이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영 방침도 '열린 경영.문화'를 키워드로 정했다.

웬만한 경영정보를 임직원들에게 공개하면 창의와 참여정신이 북돋워지고,결국 조직의 잠재 역량 극대화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렇게 되면 금호건설은 자연스럽게 '즐거운 일터,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탈바꿈된다는 것이다.

개별 사업부문에서는 토목.건축사업부문 이외에 해외사업,환경,플랜트,에너지 사업 등을 중.장기 신성장동력원으로 설정했다.

특히 금호건설만의 강점인 환경부문과 플랜트부문은 기존 조직을 '플랜트환경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해 수주와 매출 신장을 꾀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1977년 금호건설에 입사,30년간 몸담으면서 대표이사까지 오른 전형적인 '금호맨'이다.

회사의 성장과 어려움,재도약 과정을 고스란히 경험한 금호건설의 역사로 통한다.

합리적 리더십과 강한 추진력을 갖춘 '외유내강'형이란 평판을 듣고 있다.

조직 운영과 기업 경영에서 스킨십을 강조한다.

올 들어서는 직원들과 청계산 등산과 문화공연 등을 함께 하면서 스킨십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