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소화제 등 일반상점 판매 '눈앞'

"슈퍼마켓을 잡아라."

국내 제약업체들이 편의점 할인점 슈퍼마켓 등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가 소화제 등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의 상당수를 치약과 같은 '의약외품'으로 전환,일반 상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물론 아직까진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된 제품 중 일부를 의약외품으로 바꾸겠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방침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전환 시기와 품목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하지만 제약업체들은 이르면 연내 소화제와 정장제 등이 의약외품으로 풀린 뒤 파스류 드링크류 감기약 두통약 종합비타민제 등으로 확대될 것에 대비,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소화제 '훼스탈'을 생산하는 한독약품을 비롯한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은 최근 회의를 잇따라 열고 소화제 정장제(위장운동 촉진제) 등을 편의점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독약품 관계자는 "편의점과 할인점의 유통 형태가 약국과 확연히 다른 점을 감안해 '스터디' 차원에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삼진제약 관계자도 "두통약인 '게보린'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될 것에 대비해 대책회의를 열었다"며 "현재 유럽과 미국 일본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에 발맞춰 관련 영업 조직을 개편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일반의약품 판매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 관련 영업사원을 50%가량 확충했다. "약국 영업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지만,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주력이 전문의약품인 점을 들어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 허용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보령제약은 제도가 시행되면 유아용품 제조 자회사인 보령메디앙스가 뚫어 놓은 슈퍼마켓 유통망을 활용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며,동아제약은 3년 전 일반의약품사업부에서 분리된 건강증진사업부를 '슈퍼마켓 개척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웅제약은 제품 및 회사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매출과 직결된다고 보고,조만간 브랜드 관리 전담조직을 발족키로 했다.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롯데 GS 등 거대 유통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모 업체 관계자는 "소화제 등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 알려진 뒤 몇몇 유통업체들로부터 '판매 방안 등을 논의해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것)' 바람과 맞물려 정체 상태에 빠진 일반의약품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제약사들마다 일반의약품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며 "향후 '슈퍼마켓 대전(大戰)'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마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