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주소년 아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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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화가 www.choisunho.com >
화실의 문을 열면 봄 꽃 향기 대신 물감 냄새가 코에 확 닿는다.장난감도 많다.천장에는 우주소년 아톰이 다리에서 불을 뿜으며 날아오르고,책장에는 책 대신 철인28호가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서 있다.그림 그리다가 언뜻 보면 '토이스토리' 버즈의 우스꽝스러운 비행에 눈이 즐겁다.장난감을 사오면 마치 작품인 양 물감을 칠하고 사인을 한다.그 순간 장난감은 진짜 아톰이 되고 태권브이가 된다.이 많은 장난감을 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할까.즐거운 고민이다.장난감들이 내게 오기까지는 아주 작은 시작이 있었다.
몇 해 전 일이다.강남을 지나다 우연히 장난감 가게가 눈에 띄었다.가게 안에는 그 흔한 조립식 로봇 하나 없이 아톰만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아니 자릿세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이 정도 가지고 장사가 될까.
언뜻 짧은 생각이 스쳤다."아톰이 예뻐요"라고 말을 건네자 만화 주인공같이 여린 주인 청년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톰 칭찬이다."얘는 양철로 만든 빈티지로 콜렉션 가치가 있고,쟤는 얼굴이 잘 생겨 만나기 드문 명품…." 장황한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작은 플라스틱 아톰저금통이 눈에 띄었다.한눈에 보아도 눈이 잘 생기고 몸은 작지만 힘은 당찼다.일본 은행에서 저금하는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것으로,특히 얼굴이 잘 생겨 이제 구하기 힘든 물건이란다.그냥 가게를 나서기가 민망해서 가격을 물었더니 1만5000원이란다.아니 저 작은 플라스틱이? 내심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생긴 값에 비하면 가치가 있어 보였다. "주세요." 신용카드를 건넸다.드르륵 카드가 긁히고 서명을 하려는데 숫자에 동그라미가 많았다.자세히 보니 15만원,앗! 1만5000엔을 1만5000원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체면에 다시 물릴 수도 없어 그냥 받아 들고 가게를 나왔다.
학교로 돌아와 연구실 책장 위에 올려 놓고 아톰을 볼 때마다 값은 야속했지만 새록새록 정이 갔다.'어,이 놈 봐라 이게 몸값을 제법하네!' 그날 이후 나는 완전히 아톰 팬이 되었다.길을 가다가 초등학교 앞 장난감 가게라도 눈에 띄면 자연 발길이 닿았고,전시회로 외국에 나가서도 틈이 나면 장난감 가게를 기웃거렸다.잠자리에서도 눈에 아른거렸다.한번은 '아톰문구'란 간판에 끌려 아톰을 찾았더니 "그런 거 없어욧!" 주인 아줌마의 퉁명한 대답에 무안하기도 했고,나의 이런 취미 내력을 아는 분은 '짝퉁아톰'을 가져다주기도 했다.짝퉁이라도 좋다.오늘도 화실에는 여전히 우주의 큰 꿈을 담은 아톰이 씩씩하게 날아오른다.
화실의 문을 열면 봄 꽃 향기 대신 물감 냄새가 코에 확 닿는다.장난감도 많다.천장에는 우주소년 아톰이 다리에서 불을 뿜으며 날아오르고,책장에는 책 대신 철인28호가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서 있다.그림 그리다가 언뜻 보면 '토이스토리' 버즈의 우스꽝스러운 비행에 눈이 즐겁다.장난감을 사오면 마치 작품인 양 물감을 칠하고 사인을 한다.그 순간 장난감은 진짜 아톰이 되고 태권브이가 된다.이 많은 장난감을 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할까.즐거운 고민이다.장난감들이 내게 오기까지는 아주 작은 시작이 있었다.
몇 해 전 일이다.강남을 지나다 우연히 장난감 가게가 눈에 띄었다.가게 안에는 그 흔한 조립식 로봇 하나 없이 아톰만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아니 자릿세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이 정도 가지고 장사가 될까.
언뜻 짧은 생각이 스쳤다."아톰이 예뻐요"라고 말을 건네자 만화 주인공같이 여린 주인 청년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톰 칭찬이다."얘는 양철로 만든 빈티지로 콜렉션 가치가 있고,쟤는 얼굴이 잘 생겨 만나기 드문 명품…." 장황한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작은 플라스틱 아톰저금통이 눈에 띄었다.한눈에 보아도 눈이 잘 생기고 몸은 작지만 힘은 당찼다.일본 은행에서 저금하는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것으로,특히 얼굴이 잘 생겨 이제 구하기 힘든 물건이란다.그냥 가게를 나서기가 민망해서 가격을 물었더니 1만5000원이란다.아니 저 작은 플라스틱이? 내심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생긴 값에 비하면 가치가 있어 보였다. "주세요." 신용카드를 건넸다.드르륵 카드가 긁히고 서명을 하려는데 숫자에 동그라미가 많았다.자세히 보니 15만원,앗! 1만5000엔을 1만5000원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체면에 다시 물릴 수도 없어 그냥 받아 들고 가게를 나왔다.
학교로 돌아와 연구실 책장 위에 올려 놓고 아톰을 볼 때마다 값은 야속했지만 새록새록 정이 갔다.'어,이 놈 봐라 이게 몸값을 제법하네!' 그날 이후 나는 완전히 아톰 팬이 되었다.길을 가다가 초등학교 앞 장난감 가게라도 눈에 띄면 자연 발길이 닿았고,전시회로 외국에 나가서도 틈이 나면 장난감 가게를 기웃거렸다.잠자리에서도 눈에 아른거렸다.한번은 '아톰문구'란 간판에 끌려 아톰을 찾았더니 "그런 거 없어욧!" 주인 아줌마의 퉁명한 대답에 무안하기도 했고,나의 이런 취미 내력을 아는 분은 '짝퉁아톰'을 가져다주기도 했다.짝퉁이라도 좋다.오늘도 화실에는 여전히 우주의 큰 꿈을 담은 아톰이 씩씩하게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