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상반기 안에 타결하겠다고 보고한 것을 놓고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부처 간 충분한 협의도 없이 극도로 민감한 문제인 타결 시한 목표를 공개했다"며 FTA 협상을 담당하는 외교통상부가 발끈하고 나선 것.

외교부 관계자는 16일 "내부적으로 시한이 있더라도 상대에겐 밝히지 않는 것이 FTA 협상의 기본"이라며 "외교부 업무보고 내용에 협상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도 잘못된 메시지를 EU 측에 보내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결시한을 '6월30일까지'라고 못박은 재정부 업무보고와 달리 바로 다음 날 이뤄진 외교부의 업무보고 내용엔 시한과 관련된 문구는 찾아 볼 수 없다.

우리 측 내부 협상시한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EU 측은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우리 측 진의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EU 측 협상 실무자가 '실제로 6월 말로 시한을 정해놓은 것이 맞는가'라고 문의해왔다"면서 "'내부적인 1차 목표가 알려졌을 뿐이니 다른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국과 EU는 다음 달 예정된 7차 협상을 앞두고 첨예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기술표준,원산지 기준,서비스 등에 대해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분과별 회의를 벌이고 있다.

양측은 회기간 분과 협상에서 의견차를 좁혀 7차 협상에서 '빅딜'을 시도한다는 전략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 측 협상단 관계자는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당초 4월로 예정됐던 7차 협상이 5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협상을 조기에 타결한다는 게 목표이나 시한 때문에 협상 내용을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통상전문가는 "FTA 협상은 소리 없는 통상전쟁이라고 할 만큼 전략과 전술이 중요하다"며 "전선에서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전쟁 종료 시점을 얘기해 버리면 과연 누구에게 유리하겠는가"라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