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쁜 생각 한 번씩 할 적마다/ 예쁜 꽃잎이 돋아난다지// 내가 고운 말 한 번씩 할 적마다/ 고운 잎사귀가/ 하나씩 돋아난다고// 꽃나무들이/ 나를 보고/ 환히 웃어// 나도 꽃이 되기로 했지/ 나도 잎이 되기로 했지.'('꽃밭에서' 전문)

서원(誓願) 40년을 맞은 이해인 수녀(63)가 새 시집 '작은 기쁨'(열림원)을 펴냈다.

이번에도 시인의 감성과 수도자의 정신이 수채화처럼 조화를 이룬다.

6년 전의 '작은 위로'와 짝을 이루는 자매시집이기도 하다.

이순을 넘긴 나이에도 그의 언어는 여전히 맑고 고운 꽃말.그 '꽃'과 '잎'을 떠받치는 수식어는 '작은'이다.

103편의 신작시 중 맨앞에 놓인 시의 제목도 '작은 소망'이다.

'내가 죽기 전/ 한 톨의 소금 같은 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힘들 때 잠시 웃음을 찾는/ 작은 위로는 될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여/ 맛있는 소금 한 톨 찾는 중이네.'('작은 소망' 전문)

스스로 꽃이 되고 잎이 되기로 한 시인이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한 톨의 소금'을 찾아나서는 여정.그 길은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를 넘어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가까운 행복')에게로 이어지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가족'('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깨달음의 사원까지 가 닿는다.

시인은 이를 가장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기쁨들을 일깨워 커다란 행복을 발견하게 하는 힘.발문을 쓴 시인 강희근씨는 '이해인 시인의 시가 부드럽고 아름답고 본원적이라는 점은 '말씀'의 의미 캐기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그 의미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단 38년째인 시인은 "내가 걷는 삶의 길에서 앞으로도 작은 기쁨들을 많이 만들며 살고 싶다.

이 안에 담긴 소품들이 독자들의 마음에 작은 기쁨,작은 위로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밑줄 긋고 싶은 한 대목.'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 새롭게 사랑하니/ 행복 또한 새롭네.'('행복도 새로워' 중)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