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전시행정'이 또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교직원의 금품ㆍ향응 수수 행위를 적발하면 명단과 사례까지 공개할 수 있다"며 엄벌의지를 밝힌 시교육청이 불과 이틀 만에 수천만원어치 금품수수 사례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오후 서울 사립학교 A고의 고3 담임교사들이 최근 3년간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아 일본 등으로 여행을 간 것을 적발해 징계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교사들은 2005년과 2006년 학부모들에게서 각각 900만원과 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최근에도 학부모 대표 47명에게서 1219만원을 받아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가족동반 일본여행 경비로 썼다.

A고 교사들이 3년간 학부모들에게 받은 돈은 모두 2919만원.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돈을 받은 교사 22명에게 내린 처분은 감봉ㆍ견책 등을 의미하는 '경징계'에 불과했다.

감봉ㆍ견책 여부와 감봉 수준 등은 해당 학교재단에서 결정해 두 달 후 시교육청에 통보하게 된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교육계는 대부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시교육청이 지난 12일 '금품ㆍ향응 수수와 같은 교직원의 비위행위가 발견되면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명단까지 공개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던 것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기 때문.

비록 명단 공개 방침은 교직사회의 반발과 법적 근거 미약으로 철회됐지만,당시 시교육청은 "투명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자진해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강력한 처벌 의지는 대외 홍보용 멘트였을 뿐이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간식비에 쓰라고 준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데다 감사의 표시로 돈을 건넨 성격이 강해 직무 관련성이 약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2919만원은 3000원짜리 오리온 초코파이 12개들이 1만박스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이런 돈을 학부모들의 해명 그대로 '자발적인 간식비'라고 받아들이는 시교육청의 '통 큰 자세'가 놀라울 따름이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