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3년 넘게 홍보 업무를 했던 베테랑급 사무관 2명을 16일 홍보팀에 신규 투입했다.

언론의 취재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비쳐질 수 있는 '기자실 운영 지침'을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배포했다가 곤욕을 치른 뒤의 일이다.

금융위는 사건이 물의를 빚자 "실무상 착오로 발생한 해프닝"이라며 서둘러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해프닝으로만 보기에는 영 석연치 않다.

금융감독원과 헤어져 홀로서기에 나서는 금융위의 미숙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감위 시절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당 부분의 기능을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의존해 왔다.

이번에 '사소한 사건'을 일으킨 홍보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금감위 홍보 부서는 홍보관리관(대변인) 1명,팀장 1명,사무관 1명,파견직원 3명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대외 홍보 업무는 홍보관리관이 6~7명의 금감원 홍보실 인력을 동원해 처리해왔다.

금감위 홍보관리관 사무실이 금감원 홍보실이 있는 여의도 금감위ㆍ원 빌딩의 3층에 위치했던 반면,나머지 인력의 사무실이 9층에 있었다는 사실은 금감위가 홍보 업무의 상당 부분을 금감원에 떠넘겼던 흔적인 셈이다.

금감위의 대부분 업무가 이런 식이었다.

금감위 전체회의에 올라오는 안건의 90% 이상은 사실 금감원이 작성한 서류였다.

시장 분석 등의 각종 자료도 금감원이 만든 것을 표지만 바꿔 '금감위 자료화'하는 것이 관례였다.

금감원이 금감위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매사가 이런 식이다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BIS비율 산정 방법이 문제가 됐을 때 "금감원의 자료를 토대로 했을 뿐"이라며 금감위가 발을 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위가 새로 출범했다.

'일선 금융업무는 금감원,정책결정은 국가조직인 금융위'라는 선을 확실히 긋겠다는 생각이다.

금융위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금감원과 건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