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집값 왜 뛰나 했더니…소형 많아 실수요 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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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일대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
실제 상계동 분양면적 89㎡(27평) 저층아파트의 경우 호가가 보름 만에 9650만원이 올랐다.
거래가 간간이 이뤄지는 가운데 집주인들이 집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매도 호가를 계속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노원구발 집값 상승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신 버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뒤늦게 따라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름 만에 9650만원 오른 곳도
"상계동이나 중계동 일대에선 급매라는 말이 없다.
시세에만 집을 내놓아도 2시간 안에 계약서에 도장 찍을 수 있다."
상계동 G공인중개 관계자는 노원구 일대에 부동산 과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노원구 일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매도 호가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실거래 가격도 상승했다.
상계동 주공2단지 저층아파트 89㎡는 지난달 3억3850만원에서 4억3500만원으로 9650만원 올랐다.
중계동 무지개아파트 86㎡(26평)는 지난 1월 1억9900만원에 실거래됐으나 두 달 만에 호가가 8000만원가량 뛰어 2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하계동 건영아파트 64㎡는 2억1750만원으로 지난달보다 1360만원 상승했다.
중계동 H공인중개 관계자는 "호가가 계속해서 올라 보름에 한 번씩 업소 밖에 게시한 매매가격 표를 바꿔 달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에 인접한 도봉구 창동2차현대아파트 86㎡는 지난달보다 2290만원 뛴 3억250만원에 호가가 형성되는 등 인근으로 집값 상승이 확산되고 있다.
◆노원.도봉구 이외 지역은 '조용'
노원구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실수요 및 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계.중계동에 중.소형 아파트가 몰려 있어 집값이 싼 편이란 게 매력이다.
노원구 전체 아파트 가운데 85㎡(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 비율은 60.9%(부동산114 통계)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이에 비해 중.대형은 전세.매매 수요가 없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중.소형 아파트 비율이 낮은 성북구(37.1%)나 동대문구(34.7%) 등 다른 강북 지역도 집값 상승이 완만한 상태다.
노원구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올해 강북 재개발 이주 수요 증가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꼽힌다.
매매가가 낮은 반면 전셋값은 집값의 5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소형 아파트의 경우 1억원 미만 추가 대출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탈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세 물건을 찾아왔다가 집을 사는 수요자들도 많다.
또한 강남권 연계성이 좋은 지하철 7호선 통과,창동 차량기지 이전,유명 사설학원 등이 몰려 있는 점(중계동) 등도 매수세 흡수 요인이 되고 있다.
매수세가 몰리자 집주인들은 경쟁적으로 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1가구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은 최근 양도소득세를 집값에 전가시켜 매물로 내놓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블 조심해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상투에 도달해 거품이 꺼지는 것을 우려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계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값은 투자수요 등 가수요가 지속돼야 오르는데 강남 등지에서 몰린 큰 손 투자자들은 이미 작년에 매입을 마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임대사업 등록자들도 이미 3.3㎡(1평)당 1000만원 가까이 오른 노원구 소형 아파트 매입을 꺼린다"며 "단기적으로는 값이 조금 더 오를 수 있지만 곧 조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