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탈 가속…환율 급등세에 기름"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는 서울 외환시장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가속화해 최근 원ㆍ달러 환율 급등세(원화 약세)에 기름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 외환시장은 이미 '미니 외환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자'는 많은데 '팔자'는 거의 없어 '달러 기근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경상수지 적자,외국인의 주식ㆍ채권 매도,3~4월 배당금 송금 수요가 맞물리면서 수급균형이 무너진 탓이다.

여기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율 주권론' 발언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는 서울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효근 대우증권 금융경제팀장은 "미국에서 유동성 위기가 터지면 달러가 필요한 외국인들은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의 주식ㆍ채권 매도가 급증하면 당장 월요일부터 원ㆍ달러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서만 국내 증시에서 13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주식에서 빼낸 돈을 넣어두었던 채권시장에서마저 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만 해도 국채선물을 1만계약(1계약=1억원) 이상 순매수했지만 2월 3463계약 순매도에 이어 3월에는 지난 14일까지 1만8753계약을 순매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외국인의 주식ㆍ채권 매도는 원ㆍ달러 환율을 가파르게 밀어올리고 있다.

김인근 ABN암로 이사도 "베어스턴스 충격은 분명 원ㆍ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초반 국내 증시가 어떤 흐름을 보이느냐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의 변동폭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이상을 계속 유지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한 외환딜러는 "원ㆍ달러 환율 네 자릿수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아직 남아 있는 데다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서면 정부가 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이 물가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에 정부도 급등세를 방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편 14일(현지시간) 뉴욕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35전 폭등한 996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급등세이기는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 종가(997원30전)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