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 열린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총상금 290만달러)은 외국 선수들의 잔치로 끝났지만 우승자가 가려지기까지 명승부가 연출됐다.

세계 랭킹 5위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중위권으로 밀리면서 다소 맥이 빠지는 듯했던 대회는 16일 제주 핀크스GC(파72)에서 속개된 최종 라운드에서 지브 밀카 싱(인도)과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이 연장을 거듭하며 치열한 우승 다툼을 벌이자 수백 명의 갤러리들이 손에 땀을 쥐며 승부를 지켜봤다.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나선 싱과 맥도웰은 이날도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세 번의 연장홀 승부는 골프의 묘미를 유감 없이 보여줬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선 두 선수 모두 '2온2퍼트'로 파를 세이브했다.

하지만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싱의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다.

그 벙커샷도 홀에서 4m나 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에 떨어졌으나 싱은 파 퍼트에 성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연장 세 번째 홀.싱이 먼저 1.2m 버디 기회를 만들어 박수를 받았다.

싱의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상황.하지만 엄청난 긴장 속에서도 맥도웰은 어프로치샷을 홀 50㎝ 지점에 붙여 버렸다.

그때만 해도 연장 네 번째 홀 경기가 예상됐다.

그러나 싱의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했고 맥도웰이 버디를 기록하면서 승부는 판가름 났다.

1,2위 간 상금 차이는 약 1억7000만원이다.

원년 챔피언 맥도웰과 싱이 기록한 스코어는 국내 골프대회 72홀 최소 타수다.

종전 최소타는 2002년 한국오픈 때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세운 23언더파 265타다.

앤서니 김은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5위, 최경주는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24위를 기록했다.

제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