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및 피부미용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지방세포 이식수술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달 중 입안예고를 통해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방세포 증식 등으로 신규 수익을 창출하려던 바이오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의사들도 재량에 따른 의료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줄기세포에서 갓 분화한 어린 지방세포를 공식 상품화한 안트로젠(대표 이성구)은 이 조치를 계기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어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성형외과 지방이식은 허점 투성이

현행법상 의사들은 치료를 위해 뼈 근막 피부 혈관 등의 인체조직을 이식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방세포처럼 세포인 경우에는 원심분리 세척 냉동 해동 등 '최소한의 조작'을 가한 경우에만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선 성형외과에선 환자의 몸에서 지방을 빼내 바이오업체에 의뢰,줄기세포가 포함돼 있는 분획을 받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고 있다.

문제는 병원 밖으로 세포를 유출해 세포치료제 제조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에 분획을 의뢰하는 것 자체가 약사법 위반일 뿐 아니라 업체들이 지방세포 간 연결고리를 끊어 현탁액 상태로 만들어주는 콜라게나제(collagenase)를 첨가하는 것 또한 '최소한의 조작'이란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바이오업체가 세포치료제 생산을 위한 GMP(우수의약품제조기준)를 갖추지 않은 데다 지방세포가 병의원과 외부 바이오업체를 오가는 과정에서 미생물에 오염되는 문제도 있다.

줄기세포가 혼입돼 있어 지방세포 외에 근육 신경 뼈 치아 등 원하지 않는 특정 조직이 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세포 이식의 실태

식약청이 지난해 10월 실태조사한 결과 10개 세포분리 바이오업체 중 알엔엘바이오 등 5개 업체가 지방유래 줄기세포(업체는 지방분화 전 단계 세포라고 주장)를 증식하거나,지방유래 줄기세포만을 분리ㆍ세척해 병의원에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세포 증식의 경우 통상 1주일이 걸리는데 업체는 병의원으로부터 15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리 또는 증식한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그만큼 성형수술 비용이 올라 얼굴 전체를 할 경우 300만∼500만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서울 신사동 B성형외과의 경우 지방세포와 줄기세포를 10 대 1 정도로 섞어 피부에 이식하면 지방세포가 피부에 재흡수되는 비율이 현저히 줄어 다시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고 피부 노화 방지 효과도 있다고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대체로 지방세포 단순분리만으로는 3∼6개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지방세포를 증식시킨 경우에는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되지만 장기간 추적 관찰을 통해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바이오업체는 이 같은 사업 아이템으로 올해 10억∼3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식약청의 뒤늦은 조치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H업체 관계자는 "줄기세포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수억원을 들여 의사를 대상으로 한 지방세포 마케팅을 전개해왔는데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S업체 관계자는 "순수 분리한 지방세포에 지지체인 콜라겐을 복합시킨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지방세포 치료제

안트로젠이 지난달 시판한 '아디포셀'은 어린 지방세포를 사용하므로 이식 후 체내에 잘 생착하고 성숙하는 동안 부피가 점차 증가해 자연스러운 교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기존 방법은 성숙한 지방세포를 사용한 것으로 지방조직의 순도가 낮고 이식해도 쉽게 파괴되거나 상당량이 흡수돼 소실되는 단점이 컸다.

이 회사 이성구 사장은 "생산에 드는 시약값만 1인당 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하이테크 제품"이라며 "효과가 좋고 단점을 극복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