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계 자동차 웃고,유틸리티 유통 은행 철강주 울고.'

국내 증시의 올해 업종별 기상도가 지난해 말 전망치에서 대폭 수정됐다.

작년 말 대부분 증권사들은 올해 미국의 경기침체 조짐으로 경기방어주 측면이 강한 유틸리티와 내수주인 유통업종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 종목으로 신세계 한국전력 하이트맥주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연초 대비 20% 이상 떨어지며 코스피지수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올 들어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조짐은 여전하지만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 성향이 강한 IT 자동차주들의 경쟁력이 강화됐다.

또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정부가 물가 안정책을 유도하며 전기가스업종과 유통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IT·자동차 업종 웃음

국내 대표 수출 업종인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올 들어 2%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하락률이 18%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선전한 셈이다.

기계업종도 7% 내외 하락에 머물렀다.

이 같은 IT주와 기계 업종의 선전은 원화 가치 하락 효과에 따른 것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936원에서 1000원 선으로,원·엔 환율은 838원에서 1000원 선으로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향상과 연결되고,원·엔 환율 급등은 미국 등의 주요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B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50원 상승하면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이 1조3200억원 늘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에 약세를 면치 못하던 자동차업종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저가 매력도가 높아진 데다 환율 급등이 호재로 작용한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차는 5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CJ투자증권은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종의 경우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간 평가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는 BDI(발틱운임지수) 상승세와 국내 조선사들의 고가 선박 수주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BDI가 올 하반기에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선박 수주도 대폭 줄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유틸리티는 정책 따라 접근

반면 작년까지 경기 방어주로 꼽혔던 전기가스업종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올 들어 20% 이상 하락했다.

통신업종과 유통업종도 시장평균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물가 급등을 우려한 정부가 이동통신비와 전기요금 인하를 유도하면서 이들 업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원재료인 석탄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작년 4분기 77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연결기준)을 내며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서 퇴출됐다.

올해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할 경우 대규모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진투자증권은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이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합병(M&A) 외에는 특별한 호재가 없고,순이자마진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 전망이 우세한 은행업종 전망에도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박건영 IMM투자자문 부사장은 "단순히 주가가 많이 하락해 가격이 싸졌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주에 투자할 시기는 아니다"며 "전기가스업종과 유통주는 정부의 물가 정책에,은행주는 M&A 진행 상황을 보고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제 곡물가격을 포함한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라 철강금속 석유화학 음식료 등의 업황 전망도 불투명하다.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포스코는 원·달러 환율이 50원 상승하면 연간 순이익이 210억원 감소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