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작년 10억원 불과...엔터테인먼트의 7%

창업 줄자 인재 해외로

싸이월드 공동 창업자인 형용준씨는 올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제2의 창업을 했다.

'스토리블렌더'란 사이트를 처음부터 영어로 선보인 것. 서울대 출신의 김동신씨(파프리카랩),전(前) 베인&컴퍼니 임원이자 지난해 웹2.0 마케팅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장효곤씨(이노무브랩) 등도 도미(渡美) 행렬에 가담했다.

내로라하는 한국의 '닷컴맨'들이 줄지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한국에선 더 이상 사업 기회가 없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웹 비즈니스에 대한 국내 투자액(100억원)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7%에 불과하고,미국(683억달러)과 비교하면 60분의 1에 머물 만큼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웹비즈니스가 창업 정신은 사라지고,돈도 안 몰리며,인재는 해외로 나가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은 날고,한국은 기고

일본계 벤처캐피털인 소프트뱅크미디어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 비즈니스에 투자된 자금은 100억원을 조금 웃돈다.

건수로도 태터앤컴퍼니,올블로그,오마이뉴스,판도라TV,피플2,태그스토리 등 6개 정도다.

반도체,휴대폰 부품 등 정보통신 제조업(3388억원,벤처캐피탈협회 자료)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투자액(1344억원)보다 훨씬 적다.

반면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2006년 웹 비즈니스에 6억8300만달러(다우존스벤처원 자료)를 쏟아 부었다.

직전 연도(2억8900만달러) 대비 2.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도 3억5700만달러에 달한다.

돈이 몰리지 않으니 창업도 줄었다.

상위 20위권(트래픽 기준) 안에 신생 사이트가 얼마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한.미.일을 비교한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03년 이후 생긴 사이트는 미국의 경우 마이스페이스,유튜브,페이스북,위키피디아,블로거닷컴,메가업로드,포토버킷 등 7곳이다.

일본도 야후재팬을 이어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믹시,라쿠텐닷컴 등 5개가 2003년 이후 만들어졌다.

한국은 티스토리 하나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 사례가 사라지면서 창업 열기도 식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한국은 막강한 인터넷망을 갖고도 어떻게 '종이 호랑이'신세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네이버,다음,SK커뮤니케이션즈 등 소수 인터넷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시장 구조가 한국의 웹 비즈니스를 기형화하고 있는 요인이라고 꼽는다.

예컨대 검색광고 시장에서 1위 사업자 집중도는 한국 75.2%,미국 56.5%,일본 47.4%,중국 57.6%다.

한국은 신생 기업의 진입 자체가 어려운 시장이라는 방증이다.

웹 비즈니스를 키울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아마존이 최근 서비스 중인 '실시간 서버용량 늘리기'는 미국과 한국의 판이한 실정을 잘 보여준다.

2%의 추가 용량이 필요해도 100%짜리 서버 한 대를 임대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아마존은 작은 단위의 용량도 실시간으로 늘려주는 서비스를 작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늘 비용 문제에 시달리는 신생 사이트로선 구원과 같은 서비스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닷컴 열풍'의 거품이 꺼질 무렵 투자금을 흥청망청 쓰던 걸 봐온 탓인지 벤처캐피털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억대 연봉의 인재를 데려오는 일은 꿈도 못 꾼다"며 "미국의 스탠퍼드 출신들이 대부분 창업에 나서는 것과 달리 한국의 카이스트 출신들은 NHN이란 안정적인 직장을 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권도혁 큐박스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받아줄 만한 소비 문화의 다양성이 한국엔 부족한 것 같다"고 다른 시각에서 분석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엔 생일카드를 판매하는 곳을 가더라도 '조카 생일 축하카드''여자가 여자에게 주는 생일카드''며느리에게 주는 생일카드' 등 많은 수의 생일 축하카드를 팔고 있다"며 "황당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해도 이를 받아줄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