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통화가치 급락,금융회사 몰락,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미국의 신용위기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1990년대 금융위기를 닮아가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5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폭락)하고 휘청거리는 은행들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며 금융 구조조정에 착수했던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상황과 많이 닮았다.


위기의 발단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신용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됐다.

모기지 대출 부실화는 부채담보부채권(CDO) 등 모기지 연계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투자은행들의 대형 손실로 이어졌다.

불안해진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신용 경색이 발발했고 결국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형 투자은행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는 그해 초 한보철강 도산에서 시작된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로 은행들이 휘청거리던 상황에서 태국 바트화 폭락사태 등 동남아시아의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비롯됐다.

한국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줬던 외국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돈을 빼기 시작했고 환율은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활용,외환시장에 개입하고 국내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막아주려 했지만 결국 '나라 곳간'이 텅 비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사태가 전개되는 양상은 상당히 유사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전 700선이던 코스피지수는 1998년 초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다시 미끄러지면서 1998년 6월16일 280까지 곤두박질쳤다.

외환위기 직전 달러당 800~9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석 달 만에 1960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다우지수는 작년 3분기부터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 주가는 최근 고점인 14,164.53(2007년 10월9일) 대비 15%가량 떨어졌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해 초와 비교해 유로화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20% 가까이 추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한국처럼 미국도 FRB 주도의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