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천장 뚫린 환율 … 환란이후 가장 긴박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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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따지지 말고 달러 사달라"
서울 외환시장이 17일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베어스턴스 쇼크'로 개장과 동시에 '1달러=1000원=100엔'이 쉽게 돌파당하자 '묻지마 달러 매수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숏커버(손절성 달러 매수)가 숏커버를 부르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무서웠던 하루였다"고 말했다.
숏커버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숏(달러 매도)을 걸어둔 외환딜러들이 환율 급등을 견디지 못해 기존 포지션을 정리하고 손절성 달러 매수에 나서는 것.대부분 '가격 불문하고 사달라'는 시장가 주문이기 때문에 환율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베어스턴스 쇼크' 직격탄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로 신용경색 공포가 번지면서 외국인들은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매도 주문을 쏟아냈고,이것이 외환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외국인은 이날 주식시장에서 64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국채선물시장에서도 6952계약(1계약=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주식ㆍ채권 매도는 달러 환전 수요로 이어져 원ㆍ달러 환율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또 투신권이 해외펀드 평가손에 대해 환헤지를 하기 위해 선물환 매입에 나선 것도 환율 상승세를 부추겼다.
여기다 외환시장에서 기대했던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서 환율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해 뭔가 '워닝 사인'(경고사인)을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이 빗나가면서 (달러에 대해) '사자' 주문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외환시장을 진정시킬 만한 재료도 적지 않았다.
JP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기로 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재할인율 인하(0.25%포인트) 등 새로운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천장이 뚫렸다
최근 환율 급등세에 대해 "업사이드(upside)가 뻥 뚫렸다"(이효근 대우증권 금융경제팀장)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술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960원선과 단기 저항선인 970~980원선에 이어 심리적 마지노선인 '네 자릿수'(1달러=1000원)마저 너무나 쉽게 깨지자 단기적으로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이 팀장은 "환율이 하루에 10~20원 이상 폭등하는 상황에서 단기 전망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환율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환율이 12일 연속 오르면서 '오버슈팅'(달러 과매수)에 대한 지적도 커지고 있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고은숙 딜러는 "적정 환율이 얼마든 단기간에 이렇게 빨리 오르는 것은 분명 오버슈팅"이라고 말했다.
김인근 ABN암로 이사도 "단기적으로 너무 빨리 올랐다"며 "17일 종가가 1030원을 뚫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번 쉬고 가자'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환율 변동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변동폭도 크다는 점이다.
한번 분위기가 반전되면 지금과 정반대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조선업체 등 수출업체가 달러 매도를 꺼리고 정유사 등 수입업체가 달러를 사지 못해 안달이지만 분위기가 바뀌면 정반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우리 기업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를 고려할 때 환율이 하반기에는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재은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환율이 단기 급등하고 있지만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서울 외환시장이 17일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베어스턴스 쇼크'로 개장과 동시에 '1달러=1000원=100엔'이 쉽게 돌파당하자 '묻지마 달러 매수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숏커버(손절성 달러 매수)가 숏커버를 부르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무서웠던 하루였다"고 말했다.
숏커버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숏(달러 매도)을 걸어둔 외환딜러들이 환율 급등을 견디지 못해 기존 포지션을 정리하고 손절성 달러 매수에 나서는 것.대부분 '가격 불문하고 사달라'는 시장가 주문이기 때문에 환율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베어스턴스 쇼크' 직격탄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로 신용경색 공포가 번지면서 외국인들은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매도 주문을 쏟아냈고,이것이 외환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외국인은 이날 주식시장에서 64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국채선물시장에서도 6952계약(1계약=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주식ㆍ채권 매도는 달러 환전 수요로 이어져 원ㆍ달러 환율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또 투신권이 해외펀드 평가손에 대해 환헤지를 하기 위해 선물환 매입에 나선 것도 환율 상승세를 부추겼다.
여기다 외환시장에서 기대했던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서 환율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해 뭔가 '워닝 사인'(경고사인)을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이 빗나가면서 (달러에 대해) '사자' 주문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외환시장을 진정시킬 만한 재료도 적지 않았다.
JP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기로 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재할인율 인하(0.25%포인트) 등 새로운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천장이 뚫렸다
최근 환율 급등세에 대해 "업사이드(upside)가 뻥 뚫렸다"(이효근 대우증권 금융경제팀장)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술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960원선과 단기 저항선인 970~980원선에 이어 심리적 마지노선인 '네 자릿수'(1달러=1000원)마저 너무나 쉽게 깨지자 단기적으로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이 팀장은 "환율이 하루에 10~20원 이상 폭등하는 상황에서 단기 전망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환율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환율이 12일 연속 오르면서 '오버슈팅'(달러 과매수)에 대한 지적도 커지고 있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고은숙 딜러는 "적정 환율이 얼마든 단기간에 이렇게 빨리 오르는 것은 분명 오버슈팅"이라고 말했다.
김인근 ABN암로 이사도 "단기적으로 너무 빨리 올랐다"며 "17일 종가가 1030원을 뚫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번 쉬고 가자'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환율 변동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변동폭도 크다는 점이다.
한번 분위기가 반전되면 지금과 정반대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조선업체 등 수출업체가 달러 매도를 꺼리고 정유사 등 수입업체가 달러를 사지 못해 안달이지만 분위기가 바뀌면 정반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우리 기업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를 고려할 때 환율이 하반기에는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재은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환율이 단기 급등하고 있지만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