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현 금융위기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하며 집값이 안정돼야만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린스펀은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주택재고율이 최고일 때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다"며 "현재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2006년 최고조에 이른 미 주택시장이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60만채가 매물로 쏟아져 나온 데다 여기에 신규 공급 20만채가 더해져 집값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 허술한 규제 당국에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위기관리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는 그동안 금융당국 관리 아래에 있던 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지난 20년간 변화가 없었던 은행관리 시스템을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의 경제예측 모델이 이번에 또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경제 예측 모델을 개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계약 당사자 간의 지불능력에 대해 신뢰할 때 안정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 신뢰는 2007년 8월 프랑스 1위 은행인 BNP파리바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손실을 입었다고 공개할 때 이미 무너졌다고 전했다.

최신 통계 모델에 기반한 위기관리 모델이 처참히 실패한 이유는 경기 활황기의 데이터와 불황기의 데이터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위기관리 모델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너무 단순해서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를 다 반영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경기순환의 각 국면을 분리해서 개별적인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어느 누구도 완벽한 위기관리 모델을 만들 수 없다며 시장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칙인 시장의 유연성과 공개경쟁을 앞세울 것을 규제 당국에 조언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