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600선이 무너진 가운데 주식형 펀드의 대량환매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불안한 해외 변수들이 이어지고 있어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은 펀드런의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다고 해도 일시에 환매하기 보다는 부분 환매로 대응할 것으로 보여 단기에 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8일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단순히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와 주가지수의 움직임만 감안한다면 대세 상승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수탁고가 급증했으며, 당시 주가는 1500선이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의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현재 약 11.5%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

따라서 코스피 지수가 1500선을 하회할 경우 투자원금 보존이 어려워져 펀드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량 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펀드시장의 부동자금 격인 적립식 펀드에서 움직임이 발생할 때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펀드 시장은 적립식 펀드의 비중이 43.5%로 확대돼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면서 "단순히 지수 움직임만을 근거로 대량 환매를 논하는 것은 다소 부족한 논리"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펀드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는 시점이지만 최근 조정장에서도 자금 유입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

실제로 코스피 지수가 1600선으로 밀려났던 지난 14일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장기 투자가 자리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지수 하락이 펀드 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투자자들이 일시 환매보다는 부분 환매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펀드런이 일어날 수 있는 지수대로 1480포인트를 제시했던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이날 분석 자료에서 다시 한번 펀드런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00년과 2002년 주식형펀드의 잔고가 급격히 줄었을 당시 주식시장은 고점 대비 약 20% 가량 하락하면서 대세 하락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기 시작했었다"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유입된 지수대별 펀드 순유입분과 손실률 20%를 가정할 경우 산출되는 지수대가 1480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파상공세와 지난해 연말 이후 증시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을 때 국내 증시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립식펀드와 장기 투자문화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 때문이었다면서, 단순한 산술적 로직에는 이러한 질적인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질적인 개선 요인까지 감안하면 펀드런 포인트는 1480포인트보다 훨씬 더 멀어진다고 봐야한다"면서 "지금까지 축적돼 온 투자문화가 근본부터 훼손되지 않는 이상 펀드런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대규모 펀드런과 이러한 펀드런이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증시 추락에 지레 겁먹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판단.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