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빠 검정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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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를 본 할아버지들은 말한다.
"내 자식 키울 때는 먹고 살기 바빠 예쁜 줄 몰랐는데 손자는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왜 아니랴.제 자식 어릴 땐 밤낮 없이 일하느라 아이 얼굴도 보기 힘들었을 테니.아버지라고 해봤자 아이가 뭘 먹는지는 물론 안아주는 방법조차 잘 모르기 일쑤였다.
요즘 아빠도 크게 다른 것같지 않다.
바쁘다는 이유로 육아와 교육은 엄마에게 떠맡긴다.
아빠는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밖에서 돈다.
아이와는 점점 멀어지고 할 얘기도 없어진다.
그러다 나이들면 집안에서도 말할 상대가 없는 외톨이가 되고 만다.
뒤늦게 아이들과 가까워지려 애써봤자 소용없다.
키우고 공부시키는 일을 엄마 몫으로만 돌린 후유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낮은 출산율,특히 고학력 여성의 결혼 및 출산 기피가 그것이다.
남편과 똑같이 바깥일을 하는데 집안일부터 육아 교육까지 몽땅 아내에게 뒤집어씌우는 풍토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재간이 없다 여기는 것이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모두 "애를 보느니 밭에 나가 김을 맨다더라.자식들 결혼시키고 겨우 좀 자유로워졌는데 다시 손자 보느라 전전긍긍하며 살기 싫다"고 나섰다.
그러니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승부를 걸고 싶은 똑똑한 딸들에겐 결혼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요 모험이다.
아빠와 할아버지들이 적극 분담하지 않으면 저출산 현상을 해결할 도리가 없는 셈이다.
사정이 어렵기는 일본도 비슷한 모양이다.
전같으면 엄마뿐이던 수업 참관이나 학부모 모임에 아버지가 20~30%나 되고,며칠 전엔 도쿄 등 7개 도시에서 '아버지 육아능력 검정시험'이 치러졌다고 한다.
민간단체가 주최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후원한 시험의 문제는 '이유식으로 부적절한 재료''세 가지 혼합백신' 등 육아 상식 50가지.아빠가 아이를 돌볼 수 있으면 필요할 때 아내와 역할을 바꾸게 될 테고 그럼 여성들의 출산 공포도 한결 덜해질 게 틀림없다.
변화의 전제조건은 늘 돈보다 의식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내 자식 키울 때는 먹고 살기 바빠 예쁜 줄 몰랐는데 손자는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왜 아니랴.제 자식 어릴 땐 밤낮 없이 일하느라 아이 얼굴도 보기 힘들었을 테니.아버지라고 해봤자 아이가 뭘 먹는지는 물론 안아주는 방법조차 잘 모르기 일쑤였다.
요즘 아빠도 크게 다른 것같지 않다.
바쁘다는 이유로 육아와 교육은 엄마에게 떠맡긴다.
아빠는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밖에서 돈다.
아이와는 점점 멀어지고 할 얘기도 없어진다.
그러다 나이들면 집안에서도 말할 상대가 없는 외톨이가 되고 만다.
뒤늦게 아이들과 가까워지려 애써봤자 소용없다.
키우고 공부시키는 일을 엄마 몫으로만 돌린 후유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낮은 출산율,특히 고학력 여성의 결혼 및 출산 기피가 그것이다.
남편과 똑같이 바깥일을 하는데 집안일부터 육아 교육까지 몽땅 아내에게 뒤집어씌우는 풍토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재간이 없다 여기는 것이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모두 "애를 보느니 밭에 나가 김을 맨다더라.자식들 결혼시키고 겨우 좀 자유로워졌는데 다시 손자 보느라 전전긍긍하며 살기 싫다"고 나섰다.
그러니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승부를 걸고 싶은 똑똑한 딸들에겐 결혼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요 모험이다.
아빠와 할아버지들이 적극 분담하지 않으면 저출산 현상을 해결할 도리가 없는 셈이다.
사정이 어렵기는 일본도 비슷한 모양이다.
전같으면 엄마뿐이던 수업 참관이나 학부모 모임에 아버지가 20~30%나 되고,며칠 전엔 도쿄 등 7개 도시에서 '아버지 육아능력 검정시험'이 치러졌다고 한다.
민간단체가 주최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후원한 시험의 문제는 '이유식으로 부적절한 재료''세 가지 혼합백신' 등 육아 상식 50가지.아빠가 아이를 돌볼 수 있으면 필요할 때 아내와 역할을 바꾸게 될 테고 그럼 여성들의 출산 공포도 한결 덜해질 게 틀림없다.
변화의 전제조건은 늘 돈보다 의식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