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대박' … 삼성 '덤덤' … 현대ㆍ대우 '짭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조선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이한 환율 헤지(위험회피) 전략으로 인해 업체별 환차익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선박 수주대금을 달러로 받는 조선업체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기업 이익을 늘리는 호재다.

같은 규모의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바꾸더라도 예전보다 더 많은 원화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 전략에 따라 수혜의 폭은 제각각이다.

환율이 상승하는 만큼 고스란히 이익을 챙기는 업체가 있는 반면 선물환으로 충실하게 환헤지를 하는 바람에 환율 상승이라는 호재에서 비껴나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

◆반갑다,원화약세!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국내 조선회사 네 곳이 확보한 수주잔액은 모두 1347억달러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이들 4개 업체의 향후 현금 유입액이 1조3470억원 늘어나는 구조다.

현재 이런 환차익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업체는 한진중공업.정동익 CJ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진중공업은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선물환을 통한 헤지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환율 상승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의 전체 수주액 가운데 올해 매출로 잡히는 금액은 조선부문 19억6000만달러와 건설부문 6억9000만달러를 합쳐 총 26억5000만달러.정 연구위원은 "한진중공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65억원과 160억원 늘어나게 된다"고 추산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외환 전략 측면에서 한진중공업의 대척점에 있는 기업은 삼성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완전 헤지'전략을 쓴다.

앞으로 받게 될 수주대금은 물론이고 수입자재 대금으로 나갈 달러에도 꼬박꼬박 선물환 계약을 붙인다.

환율이 어디로 튀든 현 시점에서 이익을 고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제조업체가 환 투기에 나서면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는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의 지론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김 사장은 삼성중공업으로 건너 오기 전 삼성물산에서 오랫동안 국제금융 업무를 담당했었다.

삼성중공업 자금팀 관계자는 "제조업체 국제금융담당 직원이 아무리 뛰어나도 투자은행의 전문 외환 트레이더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며 "단기간의 이익보다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방어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한진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이 두 회사는 선박 수주를 통한 '달러수취 예상금액'에서 원자재 구입 비용 등으로 나가는 '달러지불 예상금액'을 뺀 '환위험 노출금액(Foreign Exchange Exposure)'을 대상으로 환 헤지를 한다.

삼성중공업에 비해서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굴려 어느 정도의 '환차익'을 얻을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조선사는 수주금액 가운데 35% 정도를 수입자재 대금 등으로 지출한다.

수주금액의 65% 정도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환율 움직임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현 상황에서 각 조선업체의 외환 전략에 대해 어느 쪽이 낫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