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에다 월북해 공산주의 선전영화에 출연한 그를 미국의 애국자라고 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전 주한미군 중사로 1965년 탈영,월북했다가 40년 만인 2004년 아내의 고향인 일본에 정착한 찰스 로버트 젠킨스(68)의 삶을 소개하면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젠킨스는 최근 출간한 자서전 '마지못한 공산주의자'(The Reluctant Communist)에서 40여년 전 북한군의 총격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술독에 빠져 살던 비무장지대(DMZ) 근무시절로부터 시작된 질곡의 인생을 회고했다.

그는 "난 내가 일시적 피난처로 삼았던 그 나라가 말 그대로 거대하고 미쳐버린 감옥이란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적었다.

혹독한 심문을 거친 뒤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안 출신인 월북 미군들과 함께 수용된 젠킨스는 난방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끼니를 거르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진정한 고통은 정신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젠킨스는 북한에서 어구(漁具)를 수선하는 일과 북한군 장교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 등을 주로 했다.

젠킨스의 40년간 북한 생활에서 처음으로 빛이 비쳤던 일은 1970년대 중반 북한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 중 한 명인 소가 히토미라는 여성이 당의 지시로 그의 집으로 오게 되면서부터다.

젠킨스에 따르면 그는 주변의 방해에도 불구,소가를 친절과 존경으로 대했고 둘은 곧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게 됐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으로 젠킨스 가족의 귀환 문제가 쟁점화되면서 소가는 일본으로 먼저 귀국할 수 있었고 젠킨스와 두 딸도 18개월 뒤 북한 땅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WSJ는 이 책은 젠킨스이 수십년간의 고통 속에서도 미국인다움을 잃지 않은 채 돌아왔다면서,이는 진정한 애국심은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