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 직전 적발됐던 가짜 고혈압 약이 '중국산 짝퉁'인 것으로 밝혀져 의ㆍ약업계와 환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신발 의류 농산물 등의 중국산 짝퉁제품은 여러 차례 단속됐지만 만성질환자 수만명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8일 한미약품의 유명 고혈압약 '아모디핀'을 모방한 가짜 고혈압 치료제 120만정을 밀수해 포장ㆍ유통하려 한 혐의(약사법ㆍ상표법 위반 등)로 밀수책 안모씨(30ㆍ경비업체 대표)와 김모씨(30ㆍ무직),운반책 김모씨(30) 등 3명을 추가 구속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지난 3일 공급책인 제약회사 영업팀장 김모씨(34)와 장모씨(44)를 구속한 바 있으며 판매책 곽모씨(34) 등 단순 가담자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의약품 제조 허가를 받지 않고 지난 1월 중국에서 만든 가짜 고혈압제를 들여와 동작구 대방동에 차린 공장에서 한미약품 제품과 똑같이 포장해 시중에 팔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진품 샘플을 현지에 보내 모조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5500만원을 지불하고 짝퉁 2만통을 제조할 수 있는 낱알 1000만정을 주문했으며 1차로 120만정만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의자들로부터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있는 조선족 '왕 사장'에게 진품을 가져다 주고 모조품을 제작하도록 했다.

약품은 보따리상이 가져와 평택종합운동장에서 건네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짝퉁 낱알을 찍어내는 타정기 구입 및 설치 비용이 3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현지 제약회사가 기계를 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추측이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짝퉁 낱알은 혈압을 관리해주는 필수 성분 '암로디핀' 함량이 정품의 1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환자들이 가짜약을 정품인 줄 알고 상시복용할 경우 혈압 관리에 실패해 뇌졸중 심장질환 등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혈압은 평상시 아무런 증상이 없어 혈압 관리가 되지 않더라도 환자가 쉽게 알아챌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이번에 밀수 일당이 위조품을 만들려고 한 한미약품의 '아모디핀'은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통틀어 판매량이 4위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현재 50만명의 고혈압 환자가 상시로 복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가짜약 유통을 막기 위해 유통업자들에게 현저히 싼 약품을 사지 말고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가짜약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에 전자칩이나 바코드를 부착해 이력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