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의 몰락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상품시장에도 들이닥쳤다.

유동성 확보에 나선 기관투자가들이 원자재 투자에 쏟아부었던 자금을 빼내면서 대부분의 원자재값이 추락했다.

원자재값 급락세를 주도한 것은 농산물이었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일일 변동제한폭인 60센트(5%) 떨어져 부셸당 11.315달러에 거래됐고 옥수수와 콩,쌀도 제한폭까지 하락했다.

설탕은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1.45센트(11%) 추락한 파운드당 12.09센트를 기록했고 커피도 16.2센트(11%) 떨어져 파운드당 1.36달러에 마감됐다.

경기 침체 우려도 원자재 가격 급락세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리 5월물은 3.5% 하락한 파운드당 3.69달러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금속값이 하향세를 나타냈다.

중국 상하이 상품시장에서도 구리와 아연,알루미늄 등이 하루 등락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반면 안전자산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현금 대체 수단인 금 4월물은 장중 온스당 1033.9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원자재값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19개 상품가격을 반영한 로이터-제프리CRB지수는 4.6% 급락한 397.15를 기록,1956년 이래 가장 큰 일일 낙폭을 보였다.

UBS블룸버그상품지수를 구성하는 26개 상품도 금과 식용 돼지를 제외하고 모두 가격이 떨어졌다.

이날 상품가격 급락은 베어스턴스 사태로 위기의식을 느낀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을 매도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그레그 그로 아처파이낸셜서비스 농산물 담당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데다 금융시장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헤지펀드와 투자자들이 상품시장에서 돈을 빼내는 추세"라고 밝혔다.

채드 헨더슨 프라임애그 분석가는 "모든 투자자가 동시에 상품시장에서 빠져나올 경우 상황은 무시무시해질 것"이라며 "이번 주 투자은행 1분기 실적이 안 좋은 것으로 나오면 상품시장이 더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국제 유가는 널뛰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11.80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베어스턴스 사태로 장중 7달러 가까이 떨어지며 17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지난주보다 4.53달러(4.1%) 하락한 배럴당 105.68달러에 마감된 유가는 18일 시간외거래에선 106달러 선으로 반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로체는 "글로벌 경기후퇴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며 "상품 가격은 20~30%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유럽 지역의 경기 후퇴로 수요가 감소하고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원유가는 현재 수준에서 30% 정도 하락하고,산업용 금속 가격도 20~30%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